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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Mar 05. 2024

유럽에서는 헤어숍 잘 골라야 합니다

유럽은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운영하는 헤어숍도 다양합니다.  인종별 두형 및 선호 헤어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같은 인종이 운영하는 샵을 이용하는 게 안전한데 저 같은 경우는 중국계 헤어숍을 주로 이용합니다. 물론 한국계면 좋겠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아 한번 갈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가격도 중국계에 비해 비싸 굳이 찾아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계 헤어숍은 언어면으로나 서비스면으로 제약이 있지만 동양 사람 두형에 맞게 이발을 해 주기 때문에 크게 실패할 일이 없는 반면 타 인종계 샵에 잘못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과거 가족과 함께 외출을 했다가 약 1시간 혼자 기다릴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머리가 상당히 긴 상태였는데 그날따라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당장 이발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낯선 지역에서 헤어숍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마침 길 건너 모퉁이에 헤어숍이 하나 있어 망설임 없이 들어 가 이발 의자에 앉았습니다. 약간 나이가 든 여자분이 가위질을 시작했는데 남자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첫 가위질이 들어왔을 때 그분의 이발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분의 첫 가위질을 느끼는 순간, 아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어 그분은 실력은 없으면서도 이미 미친 듯이 가위질을 하고 있었고 저는 당황하여 잠깐만 기다려라. 너무 짧게 깎는 것 같다고 제지를 했습니다. 


이를 옆에서 본 젊은 여자 (주인인 것 같습니다)가 제 머리를 보더니 그분에게 뭐라 하며 자기가 가위를 넘겨받아 뒷정리를 해주기 시작했는데 그분의 실력도 고만고만한 것 같더군요. 결론적으로 제 머리는 내일 입대를 앞둔 해병대 머리가 됐습니다. 그 헤어숍은 중동계였는데 가뜩이나 중동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그 수습 여자분이 필요이상으로 시원하게 가위질을 해되 나중에 주인이 수습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해병대 머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황당해 항의조차 할 수 없었는데 가관인 것은 그 수습 여자분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할인해 준다고 카드를 주더군요. 저는 아무 말 않고 싸한 눈으로 멤버십 카드를 돌려주고 나왔습니다.


집사람과 애가 제 모습을 보더니 처음에는 당황해하더니 정신없이 웃더군요. 집 사람은 하루만 참고 내일 자주 가던 중국 헤어숍에서 자르지 뭐가 급해서 이 사달이 났냐며 혀를 차는데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후 중요한 미팅들이 있었는데 참석자마다 제 머리를 보고 한 마디씩 (젊어진 것 같다고 나름 좋게 표현하더군요) 했고 원래 머리를 회복하는데 수개월 걸렸습니다.  혹시 유럽에서 이발하실 일이 있으면 동양계를 이용하시고 아무리 급해도 웬만하면 중동계는 피하시라고 권유드립니다. 이발 실력이 문제가 아니고 저희와 머리 스타일이 많이 달라 낭패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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