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희 네덜란드 사무실의 건물주인 부동산 회사가 빠듯한 기한을 주며 사무실을 비우라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의 노화로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하며, 워낙 큰 공사라 입주자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런 공사라면 법적으로 건물주가 퇴거 통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무실 건물을 보수하여 레지던스, 즉 숙박시설로 만들려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관광객 대비 숙박시설이 현저히 부족하여 사무실 임대보다는 숙박업이 보다 이윤이 남는다는 계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반 강제로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 근처 사무실들을 급하게 알아보러 다녔는데 건물주가 마음이 급했는지 빨리 퇴거를 하면 신규 사무실 임대료가 현재보다 비쌀 경우 현 사무실 대비 차액 1년 치 보조는 물론, 이사비용 및 신규 사무실 공사 비용도 보조해 준다 하여 서둘러 적당한 신규 사무실을 찾아 미련 없이 이사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입주 회사들을 모두 내 보낸 후 건물주는 레지던스로 리모델링을 하기 시작, 거의 완성 단계에서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이 때문에 레지던스로 리모델링 후 약 2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 건물주는 큰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사무실 임대를 했으면 코로나 기간이라도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욕심을 부리다가 때를 잘못 만나 큰 손실을 보게 된 셈인데 당시 밀치듯이 쫓겨난 저희로서는 개점휴업 상태인 그 건물을 볼 때마다 묘한 통쾌함이 느껴지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