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라 Sep 27. 2024

밤탱이가 된 딸의 눈탱이

주재원 근무를 하던 어느 날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제 딸이 친구와 놀다가 조금 다쳤다 하여 급하게 학교로 달려가 살펴보니 눈 옆부분이 조금 까지고 부어 있어 급하게 홈닥터와 약속을 잡아 진찰해 보았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고 다음날 1박 2일로 벨기에의 겐트에 놀러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주말 동안 아이를 집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여행을 취소하려 했더니 애가 부득부득 가겠다 하더군요. 제 엄마를 닮아 놀러 가는 것엔 진심이었고 저도 비슷한 성향이라 결국 예정대로 벨기에 겐트로 여행을 갔습니다. 


겐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세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중세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관광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아이의 상처 부분이 멍이 들어 그야말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태의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다니니 저를 보는 현지인들의 눈초리가 상당히 사나왔습니다. 제가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로 보였는지 저에게는 눈으로 욕들을 함과 동시에 안타깝게 딸아이를 바라 보더군요.  그 당시만 해도 겐트라는 소도시에서 동양인을 보기 힘들었는데 자신들에 비해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동양인으로 인식해서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시켜 놓고 마셨는데 주위 테이블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맥주 한잔을 더 시키려다가 폭력적인 술주정뱅이 아빠로 오해할 것 같아 그만두고 급하게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애를 생각하는 마음들은 고마왔지만 폭력 아빠로 오해받는 게 생각보다 불편하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집사람과 애도 불편했다 하여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의 눈탱이가 정상이 될 때까지는 가족 나들이를 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