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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Sep 18. 2023

감성숙소란 무엇인가

생생하게 담아보자면...

"감성숙소"라고 불리는 숙소들이 전국 곳곳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 풀빌라가 유행했다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감성숙소를 찾아 다니곤 한다.


제주도의 한 감성 숙소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00과 함께하면 좋겠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특별함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인생에 몇 번 오지 않을 것 같은 소중한 순간이라고 느껴질 때, 벅차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장 먼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왜 특별할까?

프라이빗함과, 독특함이다. 

돈을 버는 성인이 되고, 소비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풀빌라를 좋아했던 이유는 프라이빗함때문이었다. 우리만 쓰는 수영장과 시설들이 있다는 것. 분리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특혜로 다가왔다. 


감성숙소는 위의 풀빌라에서 한층 더 진화된 형태다. 주택 하나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된 느낌, 우리를 위해 준비된 느낌, 일상과 완벽히 분리된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일상과 완벽히 분리되어있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특이한 건물의 형태와 구조에서 온다. 독특하게 통일된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에서 온다. 감성 숙소가 가지고 있는 시그니쳐 공간에서 온다. 시그니쳐 공간이라 하면, 완벽한 기능을 가진 노천탕 - 이국적이고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 - 숙소를 프라이빗하게 만들어주는 귤밭 등. 


사실 매우 잘 꾸며진 주거용 단독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숙박"으로 엮였을 때 주는 특별함이 있다. 내 여행의 시작, 중간, 끝을 함께하는 공간(숙소)이 특별하다는 점이 나의 여행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 준다. 



더 합리적인 추론을 위해, 이참에 나에게 특별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초등학교 졸업식 당일, 졸업사를 하면서 입었던 빨간색 망토가 기억난다. 당시 김연아를 무척 좋아했던 나에게, 그녀와 비슷한 옷을 입고 단상 위에 올랐던 것이 매우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대학생 때, 밤을 새우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던 호텔의 방이 생각난다. 넓진 않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꾸며진 책상이 마음에 들었었다. 객실의 분위기가, 내가 무언가 주도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에 더욱 의미를 실어주었다. 


돌아보면, 기억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소한 것들. 가령, 책상, 옷, 향기 등등. 감성 숙소는 그러한 디테일의 집합체다. 그 디테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개인화되고 흔하지 않은 경험을 만들어주는 곳. 


누가 가도, 똑같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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