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후 Sep 22. 2023

기세라는 게 있다.

편법과 실력 그 사이

이전부터 면접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늘 찝찝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짧게 지나가는 상황에서 "말을 잘해서" 또는 "기세로 이겨서",

어떠한 것을 성취해내는 것에 떳떳해도 되는 걸까. 정말 나의 객관적인 능력으로 얻은 걸까.


말을 잘하면, 그냥 사기꾼인 건지?

아니지, 말을 잘하는 것도 능력 아니야?

아니지, 말을 잘하는 건 진짜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는 거 아니야?


위의 세 가지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위로하고-의문이고-뿌듯하고-찝찝하고의 굴레에 갇혔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기세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요즘 "기세"에 대하여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기세는 단순히 무언가를 덮고 포장하기 위한 화려한 언변이나 이미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 기세는 그것이 발휘되는 당시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영향력을 가진다.

3. (그 이유는) 기세는 생각보다, 사람의 심리에 오랫동안 생생하게 남는다. 


우리는 "기세로 몰아붙인다"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기세란, 단순히 강하게 무언가를 압도하는 기운이 아니다.

그 기운이 어떤 분위기와 형태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그게 그 상황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하다면 모두 기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솔직하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눌만큼 편해진 지금의 팀원들에 대해서도,

처음 그들을 만날 때 느꼈던 기세를 아직 기억한다.


무언가에 대해 엄청나게 집착하고 쟁취하려는 열망의 분위기에 압도되거나

세상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기에 생기는 지혜로움에 감탄하며 느꼈던,

그 기세들이 생생하다.


나의 기세는, 경험과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화려한 경력도 없던 내게 매번 면접이나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덜 긴장되었던 이유는, 내 고민의 과정들과 노력의 시간들을 스스로 알고 있을 때 나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시험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부하고 계획했던 것을 너무나 완벽하게 끝낸 후에는, 시험 점수가 기대될 때도 있었다. (또라이 같지만)


그렇기에 더 과정에 집착했던 것 같다.


현재는 성과가 중요한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잊고 싶지 않은 한 가지는, 

나의 기세는 여전히 내가 고통받으며 노력하는 그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미팅을 갈 때 당당한 것, 누군가를 설득할 때 당황하지 않는 것, ... , 등등.


현재 내가 마주하는 중요한 순간들에서 발휘될 내 퍼포먼스는,

사실 이미 그것들을 대비하는 과정 속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 늘, 무언가를 좌우할 단 N초의 중요한 순간들에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감성숙소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