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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랄맘 Dec 04. 2023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육아 이야기

< 너에게 물려주고 싶은 다섯 글자 >를 쓰기 전.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육아 이야기가 있습니다.

10년째 두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대해 알게 된 일부분일 수 있고, 수많은 육아 관련 서적과 영상들에서 말하는 극히 평범한 일상일 수 있지만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주말부부로 지냅니다. 아홉 살인 첫 아이가 아기씨앗일 때도, 젤리곰 모양일 때도, 이 세상에 태어나기 한 달 전까지 병원에서 일했습니다. 세상이 좋아져 임신 6주부터 나이트는 안 했습니다.

육아휴직 후 친한 동생과 친정엄마의 도움을 각각 6개월 4개월 받았고,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계획과 함께 또다시 휴직계를 썼는데 이후로 병원은 안 다닙니다. 이제는 육아, 살림만 하는데 이 시간이 진심 감사합니다.


육아.

어린아이를 기르는 경험은 오롯이 엄마, 내 것입니다. 신생아실 침대에 쪼르르 누워 있는 아기들의 생김새는 비슷비슷합니다. 같은 날 같은 성별, 같은 몸무게로 태어났는데 코 위에 하얗게 난 비립종까지 닮았습니다. 그러다 엄마가 어떤 말 씨앗을 심고 어떻게 먹이고, 입히고, 재우냐에 따라 점점 나의 거울이 되어갑니다.

“ 아니—! “

“ 싫어 —! ”

“ 누가 —! ”

“ 찌지—! “

“ 이놈—! ”  

안 따라 해도 되는 말은 제일 먼저 배우고, 뒤돌아 바른 립스틱도 언제 보았다고 금세 따라 합니다.


육아에 대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듣고 보고 배운 경험들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식하다는 둥, 학교에서 그런 것도 안 배우냐는 둥. 잠이나 자라는 둥. 미술학원엘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전공할 거 아니면 안 다녀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 이 지지배 저 도마동 여편네 닮아서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 여편네를  닮았다니까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예닐곱 살 아이라도 그만한 들을 귀는 있습니다. 거실 겸 안방 저쪽에 우두커니 있노라면 저 지지배 또 곰같이 뚱 하고 앉아있다고 하십니다. ( 도마동 여편네는 도마동에 사는 아빠의 엄마였어요 ).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아이가 있거나 말거나 침 뱉듯 내뱉는 어른들의 주고받는 말들이 참 듣기 싫었습니다. 켜 놓은 라디오를 누구 하나 끄지 않으니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밥 못 먹는 가난은 아니니까 감사해야 했었을까요? 참 가난하게 컸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이름이 있지만,

“ 야! ”

“ 이 지지배! ” 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엄마가 있지만,

“ 엄마 ”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한번 “ 어머니. “  하고 불렀는데 그 말을 들은 주변 애들이 막 웃더라고요. 왜 웃었는지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우리 집에선 왜 엄마를 어머니라고 가르쳤을까요.  엄마도, 어머니도 둘 다 어색합니다. 지금까지. 가끔 우스개로 여사,라고 하는데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로 믿지 않는 의심병이 있는 이유입니다.


모세기관지염이 잦았던 첫째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좀 넘었을 때였습니다. 병원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에 신랑에게 화가 나 있을 때였나 봅니다.

“ 너도 나중에 니 아빠 닮아 이러면 뒤지게 맞어! ”

본 대로, 배운 대로, 들었던 말이 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날 밤, 5분 간격으로 콜록대는 조그만 아이를 옆에 두고  이대로 , 나대로 키우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내 정신을 바로 차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외도 중인 남편과 그를 똑 닮은 핏덩이를 바라보며

‘ 왜 낳았을까. ’ 한탄했을 엄마의 처량한 마음처럼 내 아이를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만 아는 남편도 있고, 난방도 들어오고, 쌀도 있고, 분유 기저귀도 넉넉한데, 나랑 아이가 불쌍했습니다. 산후 우울증이 정말 있더라고요. 아무런 경험도 준비도 없이 아이를 만나고 키운다는 건, 아동간호 수업과 신생아실 실습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 깜깜 무식한 엄마였어요.


이를 악 물었습니다.


앉았다가 일어나면 눈앞이 캄캄하고, 검은 실이 날립니다. 침 삼킬 때마다 귀에서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영 거슬립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다고 대신 말해주는 비문증과 이석증이었습니다.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빨간 신호를 깜빡여주니 끼니마다 허기지지 않게 삼각김밥이라도 먹어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물에 말아 김치 하나, 젓갈 하나 얹어 먹더래도 배고프다, 음식을 부르는 꼬르륵 소리가 고맙기까지 합니다. 축 늘어져 기운은 없는데 차려 먹는 것 마저 세상 귀찮은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기력도 없고 체력도 없고 마음도 휑한데 덩그러니 인형만 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에게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는 겪어 본 사람만 압니다.


나처럼 지식 짧고 경험도 없는데, 도움 구할 곳도 없는 분들이 있다면 위로와 함께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몸과 마음을 먼저 챙겨야만 내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우선 엄마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너무 평범한 말이 육아 10년 차 즈음 되니 진심 알 것 같습니다. 엄마라면  모성애. 그런 게 생기는 건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내어주는 방법을 모르면 안 되더라고요. 스킨십으로도, 말로도 아이에게 사랑을 건네주는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를 제법 그럴듯하게 키워낸 선배엄마들의 조언을 듣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뭘 해 먹고, 뭐 하면서 사는지 가요. 그런데 나에겐 약속을 잡고 만날만한 사람도 없을뿐더러, 수다나 잡담 수준의 옆집 육아 경험은 말고 보다 증명된 육아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필요했습니다. ’ 이랬더니 이렇게 컸다. ‘. 이렇게. 맘카페에서 만난 엄마들의 피차일반 이야기는 그저 그렇고, 돈이 많이 들거나 단순하고 무식하니 따라 하기 어렵거나, 성향에 맞지 않아도 안 되었습니다. 알짜배기 진짜 육아이야기가 절실했습니다. 돈은 물론 마음까지 가난한 흙수저 물고 태어나 자랐는데 그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 난 엄마 위인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바로 아이에게 적용가능할 수 있는 쉬운 것이어야 했습니다.


육아 서적이란 걸 마음먹고 읽기 시작했더니, 힘이 나더라고요. 기운이 생깁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대단한 존재라는 이 평범한 한 가지를 내가 진심 깨닫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이 소중했고, 한 줄이라도 좋으니 다이어리에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을 글로 풀어놓으니 조금 나았습니다. ‘ 오늘만 같아라. ’ ‘ 너랑 나랑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하며 일어났지만 다행히 쓰러지진 않았다. ’ 그때의 나를 위로합니다. 얼마나 미웠던지 친정 엄마에 대한 악심을 다 받아준 다이어리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내 새끼보다 예정에도 없이 앞질러 태어난 조카만 보고, 3교대 속에서 그만 두니 마니 돈 벌어 대 준 나의 산후 상태는 뒷전이고 붓글씨며 그림이며, 판만 치고 다니는 엄마는 내 엄마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산 집에서 한 며칠 쉬다 간다는데 돈 20만 원 더 내놓고 가라며 사위를 ATM 기로 내몬 썩어빠질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이어리가 고맙게도 다 품어 주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소중한 선물로 느껴지고, 오늘 이 시간이 감사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두 아이와 함께 내 안의 어린 나도 성장이란 걸 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요.


이젠 버릴 건 버리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시간이지만 이제 그만 없어도 괜찮겠습니다. 그리고 초2, 다섯 살인 두 아들과 함께한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 너에게 물려주고 싶은 다섯 글자 > 이 글을 쓰겠습니다. 아이 둘과 나눈 소소한 일상과, 선배맘에게 배운 노하우들을 적용하며 키우는 육아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조금 작아진 새 보금자리에서 우리 아이들과 더 가까이 오손도손 지내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이루어갈 2024년까지 천천히 쓰겠습니다.


두 아이가 < 너에게 물려주고 싶은 다섯 글자 >라는 제목의 브런치 책을 보고 우리 엄마가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했구나, 고맙습니다. 엄마. 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이 과정 속에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사합니다. 엄마 경력 10년 차 스스로를 토닥이며,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며 씁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엄마가 되어 아기와 오늘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부족하나마 따뜻한 마음과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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