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님 유치원 하원 길을 따라나선다.
혼자 색종이도 접고, 동생 없는 자유를 만끽하라 해도 기어코 같이 가겠단다.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티격태격 우당탕탕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동생과 함께여도 괜찮은 아홉 살 형아다.
역시나 놀이터는 노란님 세상이다. 그네 영역은 열었는데, 철봉 영역은 안 열었다며, 정글짐 영역은 열었는데, 시소 영역은 안 열었다며 형아가 가는 곳곳마다 시비를 건다.
“ 아~니. 형아 아~니. 거기는 가면 안 돼!. 안 가라고 했잖아! 형아야 _____ “
목소리 낮게 깔고 선생님 포스 뿜뿜 하면 형아가
“ 예. ”
하고 고분고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 쪼끄만 다섯 살 아이가 귀여워 살포시 웃으며 여유롭게 지켜본다.
“ 형아야, 그네는 앉아서 타야지. 형아야 ___ “
” 형아야, 꽈배기 하면 어지럽잖아. 두 번만 해. 이 만큼만 해 —. “
“ 형아야, 달리기 안 해! 달리기 안 해! ” 형아 가는 곳을 따라가며 시시콜콜 이유 없는 간섭을 하고 있다.
“ 형아는 서서 탈 수 있는데? 서서 타면 더 재미있는데? ”
“ 형아는 꽈배기 해도 안 어지러운데? “
“ 형아는 달리기 할 건데~. 할 건데~. ”
파란님은 간섭하는 동생이 얄미운지 약 올리듯 살살 웃는다. 약이 오른 노란님은 나도 할 수 있다며 파란님 하는 그대로를 따라 한다.
두 아이들 노는 이 모습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 여기 봐봐. 너희 둘 너무 예쁘니깐 사진 하나 찍고 가자. “
유치원 앞 흔들 그네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담았다. 하나이던게 둘이 되어 같은 자리에서 다른 포즈를 취한다. 애교 부리는 동생과, 한 주먹 쥐어박는 시늉하는 형아 둘은 모두 사랑이다.
학교 담 따라 집으로 오는 길, 노란님이 엄지 손가락 손톱 아래 동그랗게 부어 오른 데를 긁어대며 칭얼거린다.
“ 아, 나 모기 물렸어. 아, 형아가 내 말 안 들어서 나 모기 물렸잖아!. 아 진따! “
형아에게 버럭 소리 지르며 툭 치더니 나를 올려다본다. “ 엄마, 사랑하면 안 혼내키는거지?. 엄마 나 사랑해? ” 다섯 살 논리와 눈치를 이겨야 할 이유는 없다.
“ 모기가 관기 물어서 간지럽구나? 그럼, 엄마 우리 관기 많이 사랑하지? ”
하고선 얼른 파란님을 바라보며 쥔 손을 한번 더 꼭 잡고 눈 찡긋 했더니 형아답게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는다.
오늘도 두 아이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순간을 선물로 담았다.
“ 얘들아! 사랑해. 소중해. 감사해. 정말로. 알겠지? “
양손에 하나씩 잡고 앞 뒤로 씩씩하게 흔들며 걷는 엄마로만 지내는 요즘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