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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무화과 Aug 31. 2023

물고기가 좋아

나의 작고 짧은 사랑에 대하여

저는 물고기가 정말 좋아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책임지게 된 생명체도 물고기입니다. 저는 제 인생에 나타난 물고기가 너무 좋아서 이름도 만들어주었답니다. 처음 만난 물고기는 [짱이]라는 이름의 주황색금붕어였습니다. 짱이는 제 곁에 얼마 머무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당시에는 치킨이나 피자 같은 걸 먹으면 물고기나 소라게등 사은품을 같이 보내주었어요. 짱이는 그렇게 제게 온 물고기였고 준비 없이 온 생명은 빠르게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두 번째로 온 물고기 이름도 짱이였어요. 이름이 또 짱이 였던 이유는 짱이를 잊지 못해서요, 다만 첫 번째 짱이와는 엄연히 다른 물고기이기 때문에 [짱이 2]라고 불렀습니다.


두 번째 짱이는 잘 버텨주었지만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죽어있었어요. 나의 금붕어와 두 번의 이별을 맞이하고 저는 다시는 물고기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짱이와 두 번 이별을 하고, 새로운 생명이 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이별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세 번째 짱이는 거북이였습니다.

거북짱이는 크리스마스에 만났어요, 당시 저는 중학교2학년이었어요. 일을 끝내고 장을 보고 온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거북짱이를 제게 주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너무 싫었어요. 나에게 책임질 생명이 또 생겨버리다니, 다행스럽게도 짱이를 키울 때의 수조와 여과기등이 다 있었지만, 어쨌든 간에 생명을 선물이라고 묻지도 않고 데려온 엄마가 미웠습니다. 하지만 거북짱이는 너무 귀여웠습니다. 엄마가 밉지만 너무 좋았어요, 어떻게 거북이를 선물로 주지? 어떻게 (생명을? )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거북이를!) 서로 다른 마음이 한 번에 생겨 제 감정임에도 저는 헷갈렸어요. 거북짱이와 저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거북짱이에게 조명을 비춰주면 거북짱이는 바위에 올라가 일광욕을 했고 어항에 손가락을 대면 제 손을 따라 헤엄쳤습니다. 정말로 행복했어요, 정말로..


얼마 뒤에 엄마가 거북짱이의 친구도 데려와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거북짱이2 였습니다, 정말 웃기죠.

물고기 짱이와 짱이2, 그리고 거북짱이와 거북짱이2.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의 작은 거북이 두 마리가 꼭 내가 사랑한 금붕어 두 마리 같았습니다, 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금붕어 두 마리가 알고 보니 환생한 거북이가 아닐까?라는 귀엽고 깜찍한 생각이요. 저는 금붕어 짱이들도 거북이짱이들도 똑같이 사랑하고 싶었어요, 이름을 바꾸면 금붕어 짱이들이 서운해할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은 꿈을 꾸었어요, 거~~~ 대한 두꺼비괴물이 저를 죽이려는 꿈이었습니다. 그 두꺼비 괴물.. 정말 무서웠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두꺼비 괴물은 건물을 쓰러뜨렸습니다, 저는 건물에 깔릴 뻔했어요. 근데 갑자기 어떤 생명체가 건물에 깔려 죽으려던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어떤 생김새였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이 생명체가 거북짱이라는 사실을요. 거북짱이가 두꺼비괴물과의 싸움에서 건물 밑에 깔려 죽어버리면서 꿈에서 깼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어항으로 달려갔는데 건물이 쓰러진 것처럼 돌이 쓰러져있었고 돌을 들자 죽어버린 짱이가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짱이가 널 구해주고 갔나 보다라고 말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짱이에게 종이로 작은 관은 만들어주고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나를 구해주어서 고맙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으며 미꾸라지를 밥으로 주지 못한 것 역시 후회하고 있다고, 나는 영원히 너를 기억하고 사랑할 거란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죽음 이후 만날 수 있다면 만나자는 이야기를 편지에 적었고 종이관을 뒷산에 묻었어요.


근데 뒷산에도 주인이 있습니다. 사유지에 그렇게 함부로 묻으면 안 되거든요, 그렇게 짱이를 묻는 중에 뒷산 주인이 뭐 하냐고 물어봐서 울면서 거북이가 죽어서 묻는다고 하니 잘 묻어주라 하고 가셨어요. 조금 웃긴 얘기죠.


정말 많이 울었어요. 건강하던 짱이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죽어버려서 어린 저는 너무 슬펐어요. 전 이제 다 커버렸지만, 사실 지금도 여전히 슬픕니다.


거북짱이 2는 얼마 안 있다가 짱이를 뒤따라 갔습니다. 정말 슬펐던 건 제가 학원에 다녀오고 나서 바로 어항에 달려갔는데 죽어버린 거북짱이가 여과기를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울면서 엄마한테 죽었는데 왜 계속 이렇게 내버려두었냐고 언제 이렇게 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몰랐다는 말만 했어요. 대수롭지 않았나 봐요 짱이의 죽음이


두 번째 거북짱이에게도 관을 만들어주고 편지를 써주었어요, 두 번째 짱이의 죽음은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어요. 종이관 안에서 짱이가 갑자기 눈을 뜨고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관을 몇 번이나 열었어요. 정말 보내기 힘들었어요, 며칠을 보내지 못하고 관을 열어보다가 비가 오던 그날, 방안 가득 습기가 가득 찬 그날, 나의 작은 거북이만 물기 없이 마른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저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정말이지, 다시는 또 다른 짱이들은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남은 즐겁지만 이별은 힘든 일이니까요,


몇 년 뒤에 TV프로에 어떤 초등학생이 나왔습니다. 그 초등학생도 키우던 거북이가 갑자기 어느 날 죽어버렸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본인이 연구하고 수술까지 진행했던 그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프로그램을 보며 저는 크지 못한 나의 거북이들이 너무 그리웠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춘심이랑 금실이를 만났는데요, 모란시장에서 만났어요.

맞아요. 그 개 파는 시장, 초등학교 때 문방구에서 병아리를 팔잖아요? 저는 그 병아리를 키워 본 적 없어요. 햄스터도.

그냥 무서웠어요,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은..


근데 저는 그날 왜 춘심이와 금실이를 데려왔을까요? 혼자 있을 땐 생명을 데려오는 그런 일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랑 있으면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그거 아세요? 병아리가 삐약삐약 하는 건 배고프거나 추워서 삐약삐약 하는 거래요, 그날 꽃샘추위에 날씨가 조금 추웠거든요. 신기하게도 저는 병아리를 키우기 전부터 병아리가 추울 때 삐약삐약 운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생명이라 그런 걸까요? 내 옆에 날 만들어낸 사람이 있어, 생명을 곁에 두는 것이 문제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답지 않게 병아리를 품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병아리가 짱이가 아니었던 이유는, 나의 짱이들을 잊어서가 아니라 또 너무 빠른 이별을 맞이할까 봐 두려워서였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태명은 일부러 못난 이름으로 한다고 하잖아요, 어여쁜 이름으로 정하면 귀신이 질투해서 너무 빨리 데려간다고. 그래서 저는 촌스럽디 촌스러운 춘심이 와 금실이로 정했습니다.


병아리는, 특히 그런 곳에서 판매되는 병아리는 약하기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저는 사실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추워 보였습니다.


따듯하게 만들어주고 , 새벽에도 알람을 맞춰 몇 번이나 일어나서 페트병 속 따뜻한 물을 갈아주고, 학교 끝난 후 시간을 쪼개 집에 들러 학원에 가기 전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갈아주고 다시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삐약거리다 따뜻한 페트병에 기대서 잠드는 춘심이와 금실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만지면 스트레스받아서 빨리 죽는다고 해서 그 부드러운 아이들을 마음껏 만져본 건 그 애들이 죽어버린 날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편으론 닭이 되어버린 모습도 상상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이 춥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제게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그저 이 병아리들이 잠시동안 춥지 않길 바라고 데려왔었으니까요.


다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긴 합니다.

촌스러운 이름이라곤 했지만 사실 너무 사랑스러운 이름이었던 탓일까요?


떠나버린 짱이도, 춘심이와 금실이도, 너무도 작고 짧은 그 사랑이 저는 아파서 저는 물고기를 데려올 수가 없어요.

저는 물고기가 너무 좋지만, 액정 속에서 보는 것에 만족해요.


너무 짧은 사랑이라 다들 저를 잊었을 것 같아요, 제 사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에도 나의 작을 물고기들과 거북이들 그리고 병아리들이 저를 잊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물고기를 키울 수 없어요.


저는 작고 짧은 사랑이 너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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