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무화과 Sep 03. 2023

당신의 삶에 여전히 내가 존재하는지

비겁한 곰팡이의 편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입 밖으론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봅니다.


평온하고 윤택한 삶을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신께서 평화롭길 바라지만 당신이 사라진 저의 일상은 무력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에 여전히 제가 존재하는지.


당신께선 곁에 없는 저를 여전히 곱씹고 계시는지,

묻고 싶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제 삶엔 여전히 존재하고, 저는 여전히 당신을 그리며 살아가지만, 당신께선 그러지 않을 것 같아 물음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유약하고 비겁합니다.


유약하고 비겁하여 답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부칩니다.


당신이 없는 삶을 어찌 정리해 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저 무력하게 당신을 그리며 비겁한 편지를 써 내려갑니다.


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답을 알고 있어 비참하고 무력합니다.

비참하고 무력하게 녹아내립니다.


녹아내린 몸은 곰팡이에 잠식당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곰팡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곰팡이는 궁금합니다.


당신의 삶에 내가 여전히 존재하는지,

여전히 나를 곱씹고 계시는지.


작가의 이전글 물고기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