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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무화과 Sep 12. 2023

썩어있던 무화과에게

무화과는 언니가 좋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저 좋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저는 마음언니가 너무 좋아요. 유야가 이 글을 읽으면 질투할까요?

질투를 해주다가 저를 다정히 안아줄 것 같습니다, 그래그래~ 할 것 같아요.


마음언니는 제게 너무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이랍니다.


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곁에서 지지해 준 사람이에요,

저는 고작 17살 18살이었고, 입시미술을 하며 골골대고 있었지요.


마음언니도 같은 예술 계열이었던 지라, 제 마음을 잘 알아주었고 조언도 해주었어요.

당시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정말 우울했던 시기입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진 않지만 당시에 저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입시미술을 계속하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어떤 것도 할 수없었습니다.

제가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매일매일 쓰라리고 그냥 죽고 싶었습니다. 죽음은 너무 가까이 있지만 너무 멀리 있어 닿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터무니없는 핑계를 댈 뿐이었습니다.


연필을 깎다가 다쳤다, 버스를 타다 긁혔다. 그런 핑계요.


그래두요, 언니가 한 번씩 그림 잘 그린다고 말해주는 게 정말 힘이 됐어요. 제가 그림을 계속 그려도 될 것 같았어요.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았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자세히 말하면 다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까 봐서요. 지나간 일은 원망하고 싶지 않고 그저 묻어두고 싶어요.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이어 나가보자면, 어려웠던 상황에 언니의 몇 마디가 겨우겨우 지탱하게 해 줬습니다.

언니가 예쁘고 멋져서 마냥 좋았던 게 아니에요, 저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했었고 소중합니다, 그 말들이


저는 벌써 이십 대 후반이 되었구요, 10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울고 있습니다, 어린 저는 가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좋아요. 아직도 가끔은 어린 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요, 다만 그때의 저에게 온 유일한 다정함이어서 저는 언니가 여전히 좋아요.


언니가 해준 말은 그림 잘 그린다. 열심히 한다! 노력하면 결과가 올 거다, 다 괜찮을 거다. 그런 말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매일 밤마다 죽음을 그렸고, 꿈꿨습니다. 그래도 언니가 그런 말을 해준 날에는 정말 열심히,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냥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저는 언니가 그런 말 해줄 때에는 살고 싶었어요.   


또 언니가 너무 좋은 이유는요, 한동안 사정이 있어서 몇 년간 언니를 포함한 모두와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은 정말 괴로웠지요. 지옥 같았습니다.


당시에 저는 몇 년 만에 언니를 보았는데, 언니가 여전히 저를 기억해 주고 다정히 여겨주어 너무 기뻐서 울었습니다.


그 몇 년간 저는 죽어있었어요, 끔찍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죽어있던 시절에, 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때의 저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죽어 버렸습니다.


제가 다시 연락을 했을 때, 다정히 여겨준 사람들이 있는데요.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그 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나를 다정히 여겨주어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종종 언니가 게시글에 예쁜 동생 혹은 아프지 마 등의 말을 해주면 그 말들이 너무 다정해서 핸드폰을 붙잡고 울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저는 왜 그리 괴로웠을까요, 가장 원망하기 쉬운 것이 나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가 없으니, 가장 만만한 자신을 미워해야지. 원망할 대상이 없으니 스스로를 원망하고 스스로를 몇 번이고 죽여나가던 시기가 꽤 많았어요.


어리고 귀여웠던 시절을 너무 많이 미워만 하다 커버렸습니다.


미워한 만큼 많이 귀여워해주면 되는 겁니다, 후회할 필요 없습니다. 살아갈 순간이 더 많아요.


많이 의젓해진 것 같지만서도 언니 앞에서는 아직도 어린애 같습니다. 만나서 맨날 방귀 뀌면 어떡해? 콧물 흘리면 어떡해? 눈물 흘리면 어떡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라고 해주는 언니가 좋아요. 여전히 무화과야~ 하고 다정히 불러주는 언니가 좋아요.


언니랑 같이 있을 때에는 18살로 돌아간 것 같아요. 하도 조잘조잘거려서 언니 귀에선 피가 날 거예요, 언니랑 같이 있으면 죽음은 멀리 있는 18살의 저로 돌아간 것 같아요.


영원히 언니 옆에서 어린애처럼 굴고 싶어요, 그렇게 굴어도 언니는 무화과야~ 하고 다정히 불러줄 테니까요. 언니랑 있으면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륵 웃는다는 사춘기 소녀처럼, 발가락만 봐도 웃겨요.


지지랑 마음언니랑 동갑이에요, 어떨 때는 지지랑 마음언니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언니 같은 사람이 나의 언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니는 다정하고, 알콜중독도 아니고, 나를 귀여워해주고 진짜 언니니까!


하지만 이 맘을 지지가 알아버린다면 얼마나 슬퍼할까요, 지지는 나를 참 좋아하는데. 지지도 스스로 그러고 싶어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 이 생각은 우리끼리의 비밀입니다.


여하튼 이 이야기는 제가 마음언니를 참 많이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언니가 그 점을 알아두었으면 해요,


너무너무 고마워서, 항상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말들, 다정한 걱정과 염려. 덕분에 아주 잘 자랐지요?


덕분에 잘 버티구 잘 버텨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작은 아기고양이를 만나 삶을 감사하며 살게 되었지요.

(맞아요 제 아기고양이는 이유예요)


정말로 덕분에 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가 만난 모든 다정함 중, 가장 처음 만난 다정함이 언니예요.

나도 그리 다정하게 살아갈래요.


다른 무화과들이 썩지 않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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