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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유익하게 보내기

by oj


늦은 밤 잠이 안 와서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오디오북을 듣게 되었다. 3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의 책 소개여서 자기 전에 듣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부터 뻗어가는 사람, 시들어가는 사람’이란 책 제목이었는데 내가 50대이고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도 50대라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특징, 여러 경험들이 책속에 녹아있었다.


그 중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과 일에 대한 부분에서 공감했다. 1938년부터 80년 동안 724명의 남성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연구결과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한 가지는 바로 인간관계라고 한다. 누구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 알지만 연구결과에 의해 나온 사실이라니 그 중요성이 실감났다.


감정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좋다. 감성지수인 EQ는 사회생활에서 인사 고가에 반영될 만큼 중요하지만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관계에서도 참 중요하다. 많은 형제들의 부딪힘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다. 형제들 모임, 고교 동창 친구들의 모임, 부부동반 모임, 지인들 모임 등 일하는 틈틈이 주기적으로 만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웃으로 지내고 있는 한 지인은 만날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을 한다. 가끔 전화가 오면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닌데도 꼭 외출해 있을 때나 볼일이 있을 때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되냐고 물어온다. 매번 거절하기 미안해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남을 가지면 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데도 매사가 늘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은 사람 같다.


교사인 남편에 서울에서 공대를 다니는 아들에 자신도 대학원까지 나와 전문직업도 있는데다가 자산도 많아 남 부러울 게 없는 완벽한 조건인데도 늘 불평불만에 얼굴이 어둡다. 알고 보니 두 언니들이 있는데 자기보다 월등하게 잘 살고 의대까지 간 조카도 있고 자신만 경기도 변두리에 살고 있는 것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교의식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병들게 한다. 다른 사람보다 가진 게 많아도 스스로 만족을 못하는 삶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반면 가진 것도 별로 없고 소박하게 살면서 큰 학벌을 가진 자녀들도 없지만 늘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누리며 사느냐에 떠라 삶은 다르다.

일에 대한 정리도 잘해주었다. 일은 노동의 대가만 바라는 것이 아닌 일과 인생은 분리할 수 없이 함께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이다. 나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노동 자체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일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여겼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나 못지않게 여동생은 20년 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칠 법도 한데 오뚝이처럼 일어나 늘 자기 일에 충실한 동생을 보면 대견하다. 대식구 살림에 친정엄마까지 모시고 있고 동생이 늘 고맙고 안쓰럽기도 하다.


친한 친구는 백화점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숙녀복을 운영 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50살 이후는 무엇을 배우기에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늦은 나이에도 도전한 많은 사람들을 본다. 한 지인은 50살이 넘어 뒤늦게 간호조무사 공부로 병원 근무를 하며 만족도 높다고 하고 한 지인은 화장품 방문 판매 일을 하는데 적성에 맞는다며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을 텐데 즐겁게 일하고 있다. 꼭 일이 아니어도 화실을 다니면서 학창시절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는 한 친구는 얼마 전에는 남편 회사에 자신이 그린 해바라기 유화를 걸어놓았다며 남편이 뿌듯해 했다고 좋아했다. 오랫동안 뜨개를 한 친구도 있다. 호보가방, 토드가방 등 각종 가방에 모자, 목도리, 팔찌, 장신구 등 안 뜨는 작품이 없을 정도이며 수강생들과 카페에서 재능 기부도 하고 친구들과도 뜨개모임을 갖기도 한다. 책에서처럼 꾸준히 무엇인가 일하고 도전하는 사람은 자기 발전을 하며 뻗어간다.


그 외에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대신 미련과 집착을 포기하라는 말도 새로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분하고 내 안에 있는 욕구를 들여다보라고 한 말도 공감 된다. 상승 욕구가 강한 사람은 초조하고 불안을 많이 느끼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일수록 좌절과 허탈감이 강하다고 했다. 비슷한 사람이 생각났고 좌절 면역력도 필요하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50대가 넘어갈수록 삶을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50대부터 변화를 많이 겪는 시기여서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삶이 시들어갈 수 있다는 작가의 통찰력이 대단하다.


난 요즘 편하고 행복하다 한동안은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일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할 뻔 했지만 갑자기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다시 바빠지고 마음이 행복해졌다. 이제 장성해져 사회로 진출한 아이들에 대한 홀가분함도 있지만 한때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 사람처럼 허전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기도 했는데 갑자기 새로운 일을 찾으면서 활력을 찾은 것이 너무 감사하다. 남편이 퇴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것도 내가 아직 일하는 것도 감사하고 모든 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나의 50대 이후는 시들어가는 삶이 아닌 뻗어가는 삶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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