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하신 어머님

by oj

박수근그림 <엄마와 아들>. 네이버


며칠 전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영화 "좀비딸"을 보고 왔다. 난 이런저런 스케줄로 함께 가지 못했다. 방학이라 괜히 더 바빠졌다. 오전 수업에 각기 다른 아이들 휴가로 수업 시간을 조율해야 했고, 늦게 잡은 내 휴가로 수업도 보강해야 해서 8월 한 달 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어머님께 나중에 전화를 드렸다. 같이 못가서 죄송하다며 아들이랑 데이트 잘 하셨냐고 여쭙자 신이 나신 목소리로 영화 재미있게 잘 보셨다고 했다. 큰 아주버님도 그 사이에 다녀가서 냉장고에 고기를 잔뜩 채워줬다며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주말엔 막내가 오래간만에 다녀가서 외식을 하고 왔다고 하고 복날에 가까이 사는 둘째 형님 집으로 가서 백숙을 드셨다고 신이 나서 자랑을 하셨다. 효도란 별거 아니다. 자주 찾아뵙고, 전화드리고, 맛있는 한끼 식사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시는데 그 쉬운 걸 하지 못한다면 안 된다. 큰 걸 바라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난 번엔 모시고 코스 중화 요리를 먹고 왔다. 아직 건강하시고 식사를 잘 하시는 어머님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바란다. 시골 생활을 청산하시고 일산으로 오신지 5년이 접어든다. 가까이 오신 어머님 덕분에 안심이고 언제든 가서 뵐 수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어머님은 가까이 사는 네 아들 덕분에 든든해하신다. 병원도 가깝고, 상권도 좋고, 대중교통 이용도 용이한 도심 생활에 이젠 만족하신다. 주일이면 교회에 가시고, 평일엔 네 아들이 번갈아가며 들리니 혼자 사셔도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하시는 어머님이 지금처럼만 편안하시면 좋겠다.


아들만 넷이라 노후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겠지만 어머님의 네 아들 내외는 모두 효자 효부들이다. 큰아들은 맏이답게 통 크게 챙겨주시고, 둘째 아들은 가까이에서 자잘하게 챙겨주시고, 셋째인 남편은 딸처럼 세밀하게 챙겨준다. 막내는 막내대로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효자 효부를 둔 우리 어머님은 요즘 행복하시다.


이사 오신지 5년 만에 고향에도 다녀오셨다. 작은 아버님이 다리를 다치셔서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연락이 오셔서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겸사겸사 다녀왔다. 인부를 사서 벌초는 맡기고, 작은 아버님과 작은 어머님을 뵙고, 이웃들과 친구분들을 만나시며 회포를 푸셨다. 몸이 아프신 대전 외삼촌 댁에도 들러 만나고, 내친 김에 충주에 사시는 고모댁까지 다녀왔다. 1박 2일 일정으로 갔지만 2박 3일 일정이 되었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신 데다가 아들과 둘이 함께한 흡족한 여정이셨다. 딸같은 남편이 세밀히 마음을 써드리는 모습을 보면 딸이 없어 외롭다는 말도 자식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의 도리를 다한다는 것은 부모가 살아계실 때 가능한 일이다. 사랑을 받은 만큼 자식이 마음을 써드린다면 나중에 조금은 후회가 남지 않을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유린당한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