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ㅡ어제의 나와 작별ㅡ

by oj


<바이바이> 는 재일 교포가 겪었던 어려움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배경은 1960년대 한국인이 살던 일본의 한 군락이다.


일제강제병합으로 조선 국적을 잃고 일본 국적이 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

중일 전쟁이 시작되면서는 남자는 징용으로 여자는 납치나 속임수로 일본군을 위안하는 목적으로 끌려가서 희생 되거나 큰 고통을 받고 조국으로 돌아오지도 못 했다.


그렇게 살아남아도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살게 된 한국인들은 큰 차별을 받는다. 마치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유대인 차별 정책을 한 것처럼 말이다.

유대인은 항상 노란별을 가슴에 달고 다녀야 했고 전차와 자동자 등을 탈 수 없었고 외출과 상점 이용도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했다. 이런 차별은 유대인 말살정책으로 홀로코스트라는 잔인한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인들 역시 취학통지서도 나오지 않고 참정권이 없었으며 일본인과 혼인하지 못하고 전문직을 가질 수 없는 등 차별을 심하게 받았다. 거기에다 김치 냄새. 마늘 냄새 나는 민족이라며 무시하고 민들레를 먹는다고 조롱하며 조센징이라고 비하하는 등 차별을 일삼았다.


유대인 말살정책처럼 일제도 일제강점기 때 한글 사용 금지와 창씨 개명. 신사 참배 등을 시키며 민족의 뿌리를 없애기 위한 민족 말살정책을 일삼았다. 해방이 되고 우리나라의 정부가 세워진 해도 이스라엘이 정부가 다시 건국한 해도 모두 1948년이며 핍박에도 강하게 살아남아 뿌리를 다시 찾은 것을 보면 유대인과 우리의 비극적 역사나 민족성이 여러모로 유사한 것 같다.


재일 교포의 이런 차별은 주인공 가즈코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가즈코의 아버지는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왔다가 정착하면서 재일 교포로 살고 있고 재일 교포 2세로 태어난 가츠코는 다섯 식구와 함께 지낸다.


아버지는 제사를 드리고 막걸리를 좋아하고 엄마는 김장을 담그고 한복을 지으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았지만 가즈코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불안해 했다.

아직 어리고 예민한 나이였던 가즈코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에 살면서 조선에 자유롭게 갈 수 없고 일본인도 될 수 없는 정체성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가즈코의 친구 명선이는 일본 이름이 스나짱이다. 명선이네 가족은 '호르몬야' 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시코 언니 덕분에 매출이 좋았지만 일본인과 야반도주를 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혼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다.


친구 명선이는 언니가 집을 나간 후에 가게를 돕느라고 지각하고 결석이 잦으면서 일본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그걸 보고도 외면한 일로 가즈코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후 명선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아 가즈코는 죄책감이 컸다. 게다가 이웃인 용식 오빠와 아주머니도 모른척 한 일로 가츠코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나라가 없는 설움에서 벗어났지만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죄인처럼 당당하게 살지 못한 힘없는 민족의 어려움에 마음 아팠다.


이웃인 하루코 아줌마는 아기를 갖지 못해 가즈코를 양녀로 삼고 싶어했다. 아줌마는 무당을 불러서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굿을 했다. 대를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상이나 아들을 중시하는 남아선호는 유교의 영향이다. 아기를 낳지 못하거나 딸만 낳은 부인은 남편이 다른 부인을 얻어 아이를 낳아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동양에서는 남아선호사상과 남성의 권위가 지배적이었다. 남편이 다른 부인을 얻었을 때 하루코 아줌마는 울부짖으며 정신 이상을 겪게 되면서 결국 입원한다. 가즈코는 여자의 일생이 참 불행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가즈코네 집에 수원 할머니가 한 달 전에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고는 가즈코는 고모에게 연락하고 가족들은 부랴부랴 제사라도 드린다. 한동안 만날 수 없이 헤어진 상태로 이별을 맞은 가족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려진다.


학교를 그만둔 명선이는 요시코 언니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일본 남자와 헤어진 언니는 나고야의 술집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인이 더 많이 사는 오사카로 떠나기 전에 가즈코를 찾아왔다. 명선이는 "여기보다는 나을 것" 이라고 확신하며 가족이 운영하던 '호르몬야' 식당을 계속 이어가서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을 만들겠다는 다부진 꿈도 갖는다.


가즈코는 명선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사과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엄마가 떠준 분홍 장갑을 선물로 손에 끼워준다. 그리고 약속한다. 한글로 편지하겠다고 말하고 중학교에 가면 조선 부락에서 한글을 배우겠다고 말이다. 누가 먼저 더 잘 배우나 약속하며 가즈코와 "바이바이" 하며 헤어진다.


그 말에는 친구와 이별의 뜻도 있지만 어제의 자신과 작별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앞으로 차별 받지 않고 원하는 꿈을 이루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명선이의 의지가 돋보이는 말이다.


재일 교포의 힘겨웠던 삶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재일 교포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부족했다. 오히려 일본에 민족 학교를 만들어준 나라는 북조선이었다. 재일 교포 중에서 공산주의 이념과 북한 주체 사상을 따르는 조총련의 활동이 많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해방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재일 교포도 있었지만 그 숫자는 미미했다. 이민 정책이나 교육 지원에 더 큰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참 아쉽고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민족의 서러움이 느껴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족성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조국을 그리워하기도 원망하기도 하며 살아갔던 안타까운 우리 역사와 재일 교포들의 힘겨웠던 삶을 새롭게 조명해 준 책이다. 힘겨웠던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되고 지금의 번영과 평화와 자유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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