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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딸기 Nov 28. 2023

[비하인드 인터뷰] 컨셉만 있으면 다 브랜드야?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드는 고객에게 컨셉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한 번쯤 어떤 것에 몰입하다 보면 그에 대한 정의나 개념을 잊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익숙한 말인데도 어색해지고 뜻과 소리가 분리된 듯한 느낌, 이를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라 한다.

비하인드 인터뷰 담당자, April도 게슈탈트 붕괴 현상에 빠져버렸다. 브랜드, 브래ㄴ드, ㅂㅡ래ㄴ드, ㅂㅡㄹㅐㄴㄷㅡ...  인터뷰에서 브랜드에 관한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브랜드가 뭐지? 이건 브랜드가 맞나? 컨셉을 잘 보여주는 브랜드가 브랜드인가?’라는 생각에 빠져든 것이다. 이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먼저 필요하다.

브랜드 초보 April(프릴)이 브랜드 전문가 Aileen(에일린, 브런치 작가)에게 하는 인터뷰. 용산 방문을 바탕으로, 브랜드란 무엇인지부터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컨셉을 전하는 방식에 대해 논한다.


브랜드가 뭐죠?

April. 이전까지는 브랜드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뤄보았어요. 그런데 계속 얘기하다 보니 정작 ‘브랜드’가 무엇인지 흐려지는 기분이에요. 에일린이 생각하는 브랜드란 무엇인가요?

Aileen. 브랜드의 기본은 ‘브랜드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에요. 다시 말하면 ‘자기다움’이 있는가. ‘무슨 브랜드!’라고 했을 때 일관되게 연상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저는 브랜드로 봐요. 예를 들어서 프릴은 <나이키>하면 뭐가 생각나요? 나이키 로고, 스포츠, Just Do it, 조던, 이런 게 생각나지 않나요? 그건 프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이키를 생각할 때도 비슷할 거예요. 나이키가 항상 같은 이미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거죠.

April. 브랜드의 기본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 것 같아요. 그럼 브랜드가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노력만 하면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거예요?

Aileen. 맞아요. 하지만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시대는 계속해서 변하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변하니까 그때그때마다 브랜드에서는 매번 새로운 메시지를 창조하죠.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전하더라도 전하는 방식에 따라서 왜곡될 수도, 아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중요한 과제이죠. 브랜드라면 고객에게 텍스트에 갇히지 않은 일관된 맥락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가 지속적으로 점검해봐야 해요. 진정성도 중요하고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닿는 지점은 여러 가지인데, 그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이미지를 떠올리려면 결국 브랜드의 진심이 가장 큰 중심이 됩니다.


브랜드로 느껴지게 하는 기본

April. 이번엔 주제를 조금 바꿔서 저희가 다녀온 용산의 브랜드들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우선 제가 용산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야키토리 쿠이신보>에요. 저는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지만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굳이 왜 여기를 가야 해?’에 대해서 ‘여기는 이런 곳이니까!’라는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쿠이신보는 정말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람들이 올만한 이유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곳이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에일린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leen. 저도 쿠이신보는 브랜드로 느껴져요. 전반적으로 용리단길의 브랜드에서 브랜드 철학을 느끼기는 다소 어려웠다고 얘기했지만, 철학이 없다고 브랜드가 아닌 건 아니에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브랜드의 기본은 브랜드 정체성이죠. 다시 말해서 특정 브랜드를 상상했을 때, 브랜드의 말투, 브랜드의 생김새, 연상되는 색깔 등이 있는지요. 우리가 봤을 때 쿠이신보는 딱 떠오르는 나라가 있잖아요, 일본. 얘가 쓸 것 같은 말, 일본어. 얘가 할 것 같은 음식, 일본 음식. 일관된 무언가가 연상이 된다면 저는 브랜드로 봐요.

(야키토리 쿠이신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용산보기] 세계가 만나는 길, 용리단길(1))


브랜드 철학이 있는데 안 느껴져요, 왜 그런 건가요?

April. 두 번째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갔었을 때 1층에는 꽃집이랑 라이브러리, 2층에는 <이니스프리> 카페와 아모레 제품을 모아둔 화장품 가게가 있었잖아요. 그러한 매장들의 배치, 내부 인테리어, 건축 구조에서 저는 ‘아름답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었어요. 그런데 사실 (아모레퍼시픽 건물을) 갔을 때 도대체 이니스프리가 카페를 왜 하고, 꽃집이 왜 있고, 라이브러리가 왜 있는지는 이해가 잘 안 갔거든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자사의 비전이 ‘라이프 확장’, 다시 말해서 ‘전 생애와 일상생활로의 확장’이라는 거예요. 그 비전을 인지하고 보니까 본사 건물이 이해는 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왜 그런 걸까요?

Aileen. 저는 설명을 보고 ‘깨닫는 브랜드’는 아직 고객 전달에 있어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물론, 브랜드 철학을 전하기 위해서 텍스트를 이용한 메시지 전달을 피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브랜딩은 깨닫기보단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객이 학습해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모레 용산의 메시지는 아직 다소 고차원적이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모레가 자신들의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의 방법론과 시간의 축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어 보여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가 다양한 측면에서 나에게 ‘무엇을’, ‘왜’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 가고 공감 갈 수 있는 형태라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건 좋은 도전이고 응원하는 마음이지만, 그걸 왜 하는지가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면 훨씬 더 즐겁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너무 유명한 예시지만, ‘simple is the best’로 대변되는 애플은 삶이 심플함 자체인 스티브 잡스를 통해 메시지를 실현했잖아요. 항상 똑같은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방에도 스탠드 조명과 레코드판 하나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정말 심플하죠? 그리고 애플의 로고부터 설명서, 제품의 디자인까지 모든 고객 접점에서 심플함을 경험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내가 필요한 기능이 모두 실현되니 ‘심플한 게 제일 좋은 거야’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납득되고 따르고 싶어지는 거예요. 심지어 약간 심플하지 못한 최근의 디자인과 가격 정책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제가 지지했던 그 정신이 아직 살아있기를 희망하며 여전히 저는 애플의 철학을 응원하고 있어요. 왜냐면 그들이 긴 역사 동안 많은 곳에서 ‘심플이 가장 좋다’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경험했고, 충분히 공감하며 누렸기 때문이에요.

이니스프리가 갑자기 사각형의 픽토그램들을 사용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앞으로 이니스프리가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그것이 진정성 있게 계속 지속되고 노출된다면 언젠가 그 의미가 다가올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울창한 숲이 연상되는 이니스프리 카페 / 나무 소재의 가구와 식물의 조화 / 사각형과 각진 느낌의 패키지 ©️이니스프리


브랜드 컨셉이 있다는 것과 소비자에게 보여진다는 건…

햇살이 잘 어울리는 타파코파 1층 / 1인 1주류 시스템이었던 지하 1층 공간

April. 마지막은 <타파코파>입니다. 이 브랜드 이름에서 ‘tapa’는 타파스, ‘copa’는 한 잔의 술이래요. 합쳐서 ‘타파스와 한 잔의 술로 스페인의 정취를 담고자 했다’라고 공식 인스타에 나와 있더라고요. 인스타를 더 찾아보니 매장에 전시해 두는 꽃도 생화로 두려고 하신대요. 스페인 통조림도 놔두고, 스페인어도 써놓고. 확실히 그런 요소가 ‘여기가 스페인이구나’를 느껴지게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만약 내가 이곳이 스페인 음식점이라는 걸 미리 안 듣고 갔어도 스페인이라는 걸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어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아직 스페인 문화는 생소하다 보니, 스페인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타파스가 스페인 음식인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스페인 음식점인 걸 몰라도 이곳이 스페인이라는 걸 느끼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Aileen.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컨셉을 전달하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주방장이나 직원이 스페인 사람이라면 가장 직관적일 것 같고, 스페인 음악, 스페인 건축 양식이나 인테리어, 메뉴 구성과 설명 등이 있겠죠.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고, 정보를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요.

그런 면에서 타파코파는 가게명, 인테리어, 메뉴, 음악까지 꽤 많은 곳에서 스페인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프릴처럼 스페인 자체를 잘 모르는 고객에게는 좀 더 분명한 언어적인 심상을 전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네요. 가게 이름에서처럼 술을 더 강조하고 싶었다면, 음식과 함께 이 스페인의 술을 즐겨야 하는 이유를 메뉴판이나 가게의 어느 부분에 써둔다든지, 혹은 서빙해 주는 직원이 그런 걸 설명해 준다든지 등등으로 강조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하 1층이 꽤나 크고 이색적인 공간이었는데, 지하에서는 주류 주문이 필수였던 의미가 함께 전달이 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가장 커요. ‘타파스와 한잔의 술’이라는 상호명이나, 1층 벽면에 적힌 ‘같이 한잔하자(Tomemos una copa todos)’는 메시지 등 여러 부분에서 디테일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실제론 고객에게 와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 스페인어가 가진 한계점이자 아쉬운 부분입니다.

April. 맞아요. 저희가 번역하면서도 “도대체 저 말을 왜 써놨지?”라고 했던 걸로 기억나거든요. 브랜드가 보여주는 것과 소비자가 캐치하는 건 다른 문제군요.

Aileen. 그럼에도, 우선적으로는 브랜드가 우리의 주요 손님을 누구로 볼 것인가를 정하고, 그 손님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불충분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분들로부터 브랜드가 사랑받는 힘이 단단하게 시작되니까요. 다만, 누구에게도 충분하지 않다면 그건 문제이니 주의해야겠지요.

(용리단길의 스페인, 타파코파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용산보기] 세계가 만나는 길, 용리단길(2))


+ 브랜드 초보 April의 후기

역시 그동안 브랜드에 대해 들으면서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정체성이 있으면 브랜드! 명확하게 브랜드다 아니다로 구분 짓는 선을 긋기에는 아직 어렵지만, 어떤 매장을 볼 때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브랜드는 대부분 널리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예를 들자면 애플, 스타벅스, 맥도날드 같은 것들이에요. 그 정도의 브랜드들은 이미 고유한 정체성이 세워져 있기에, 저는 모든 브랜드가 이렇게 브랜딩을 잘해야 하고, 잘하는 줄 알았어요. (물론 잘해야 하는 건 변함없겠지만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브랜드가 원하는 대로 고객에게 전할 수 있는 건지가 더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도 [비하인드 인터뷰]에서 점차 성장해 가는 April의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자세한 글을 읽고 싶다면?

> '브랜딩 초보를 위한 브랜드 산책'을 읽어보세요! 

- 교본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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