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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Mar 06.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51- 소중한 초대


선배 A가 집에 초대해 주었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따뜻한 마음과 시선이 느껴진다. 이번에도 나의 글을 보고(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디선가 흘러 흘러 전해지고 있다 ㅇ.ㅇ) 병가 냈다는 소식에 먼저 연락해 주는 사람이다. 병가 덕분에(?) 선배 A의 집에 초대받았다. 초대받아 가니 집에는 아직 채 한 살이 되지 않은 아기도 있었다. 자신의 침대에서 숙면 중이라 처음엔 만나지 못했다. 웰컴드링크로 직접 간 100% 귤 주스를 준 선배가 아기가 깨기 전에 밥을 먹자며 직접 한 수육을 꺼내 썰어주었다. 같이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직접 한 음식을 먹게 되다니 미안하면서도 남이 해 준 집밥이 오랜만인지라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수육뿐만 아니라 비빔칼국수와 올해 한 김장김치까지 정말 푸짐한 한상이었다. 냄비를 태워가며 해 준 언니의 열정만큼 맛있었다.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마력이 있었다.

이미 점심으로 배를 꽉 채웠는데 선배가 나에게 상투과자를 주었다. 배가 불러 고맙다고 하고 식탁 위에 두었다. 그런데 내가 상투과자를 잘 먹는지 선배가 틈틈이 확인해서 부른 배에 잘 테트리스 해서 넣어 보았다. 점심을 먹고 후식과 차도 먹었는데 아기가 깨지 않아서 선배가 아기에게 가 보았는데 알고 보니 아기는 조용히 깨서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놀라워라. 컨디션이 좋았는지 나를 보고 까르르 웃어준다. 아기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아기와 함께 놀고 있는 동안 선배는 아기가 먹을 간식을 준비한다. 오늘의 간식은 삶은 오이.!!! 생각해보지도 못한 메뉴였다. 차가워서 그런지 삶은 오이의 식감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잘 먹지 않아 간식은 촉감놀이 도구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삶은 오이를 잘 안 먹어서 블루베리 퓨레로 메뉴를 바꾸었다. 블루베리 퓨레는 마음에 쏙 들었는지 먹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먹는 모습이 너무너무너무 귀여웠다. 선배가 수달 닮지 않았냐고 하는데 정말 귀여움이 수달과 닮았다. 블루베리 퓨레를 먹고 낯선 이(나)와 열심히 놀아서 피곤했는지 5시쯤 또 잠에 들었다.

선배는 와서 너무 육아만 시킨 것이 아닌지 걱정했지만 아기와 함께 해서 따뜻함이 배가 되었었다. 아기와 함께 있으면, 또 아기 냄새가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 기분이 참 좋다. 육아의 고통은 쏙 빼고 행복함만 잠시 느끼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아기들을 만나면 다른 분야의 힐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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