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송이야기
“변호사님, 제 사건은 명백한데 왜 자꾸 합의를 권하시나요? 혹시 재판에 자신이 없으신 건가요?”
소송을 앞둔 많은 분들이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고, 상대방의 잘못이 명백해 보이는데 왜 굳이 합의를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소송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현명한 변호사일수록 '이길 수 있는가'보다 '이긴 뒤 실제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사건에서 피고 측은 소송 전 합의금으로 2만 5천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피해 규모에 턱없이 부족했기에 원고 측은 70만 달러를 역제안했고, 협상은 결렬되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2년 넘는 소송 끝에 배심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033,653.25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가 처음 제안한 금액의 무려 40배 이상이었습니다. 그제야 피고 측은 “차라리 처음에 70만 달러에 합의할걸...” 하고 후회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피고를 대리한 또 다른 사건에선 상대방이 약 5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엔 “끝까지 가겠다. 단 한 푼도 못 준다”라고 했지만, 저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의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리고, 결국 빠르게 합의에 이르렀고, 의뢰인은 막대한 금전적 리스크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양측 모두 “우리가 옳다”며 2년 가까이 치열하게 다퉜습니다. 하지만 결국 한쪽이 파산을 신청하면서, 누구도 이기지 못한 채 싸움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는 많은 변호사분들께서 우려하는 일이 바로 한쪽의 일방적인 파산 신청입니다. 고객의 파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반드시 합의한다'는 다짐을 하는 변호사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건에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사건은 끝까지 가야 하고, 어떤 사건은 빠르게 합의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가 합의를 권한다고 해서 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로 미국은 이렇게 원격으로 법원 심리에 참석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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