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일 수 있는 보루
남편을 통해 엄마가 보내온 많은 ‘식량‘ 중 미숫가루와 쑥인절미가 있다.
은마상가가 큼직하게 찍혀 있는 큰 봉지를 찔끔 동여맨 미숫가루 봉다리와 (시장물건은 집에 가져와서 손수 소량포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조적으로 깔끔하게 개별포장된 인절미와 밀봉포장되어 있는 콩가루.
키토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요즘과는 달리 내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에는 항상 떡과 미숫가루가 있었다. 둘 다 비슷한 매력을 지녔지만, 그중, 쫄깃한 속살과 더불어 텁텁함을 승화시켜 주는 구수함을 지니고, 다음날 구워서 꿀을 찍어먹을 수 있는 반전의 매력을 지닌 인절미를 사랑한다.
이 맛과 함께 자라지 않은 내 가족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그 구수함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된 이후로 나만을 위한 것이 점점 사라졌던 우리 집 한켠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한자리 차지한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머나먼 땅의 냉동고에 저장된 내 식량.
엄마 생각을 하며 바삭해지게 잘 구워서 나를 위해 작은 간식 하나 준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