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첫 음이 공기 위에 피어오를 때, 봄의 불꽃이 천천히 흔들리며 타오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선율은 파도 위에서 춤추는 손가락처럼 가볍게 흔들리지만, 그 안에는 금세 터질 듯한 긴장이 숨어 있다. 빛과 그림자가 한 호흡에 실려 오가는 이 시작은 슈만의 마음이 가진 리듬처럼 다가온다.
1악장은 감정이 끝없이 솟구쳤다 잠기는 물결이다. 선율은 올라갔다가 갑자기 가라앉고, 다시 급류처럼 밀려온다. 그 변화는 마치 마음속 불안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모습 같다. 낯선 도시, 새로운 삶, 기대와 두려움이 뒤엉켰던 그의 당시 상황이 악보 사이사이에서 스며 나온다. 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순간마다 음악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19세기 낭만주의의 공기는 자유롭고 뜨거웠다. 감정과 상상력이 세상을 움직이던 시절, 슈만은 누구보다 그 흐름을 깊이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꾸미지 않는다. 기교의 번쩍임보다 마음에서 직접 건져 올린 말과도 같은 소리가 이어진다. 1악장의 소용돌이는 시대의 숨결과 그의 내면이 부딪쳐 만든 하나의 불꽃처럼 일렁인다.
그러다 2악장이 시작되면, 갑자기 달빛이 내려앉은 호숫가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고요가 펼쳐진다. 첼로는 긴 숨을 토해내듯 부드러운 선율을 그려낸다. 폭포처럼 쏟아지던 감정의 잔해가 서서히 가라앉고, 물 위에 남은 작은 물결이 달빛으로 반짝인다. 이 악장은 소리로 만든 고요의 방, 마음이 잠시 눌러앉아 쉬어가는 자리 같다.
하지만 그 고요는 평온이 아니다. 슈만의 삶을 알고 들으면, 이 선율은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흔들림을 조용히 드러낸다. 겉으로는 잔잔하지만, 그 안에는 잡히지 않는 슬픔과 말하지 못한 갈망이 흐른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렇게 2악장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하고 복잡한지 보여주는 긴 숨결이 된다.
3악장이 시작되면 선율은 다시 몸을 일으킨다. 두 손과 두 다리, 온몸으로 첼리스트는 리듬을 밀어 올리고, 음악은 앞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 속도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위태롭다. 힘차게 타오르지만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것 같은 생의 진동이다. 선율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다가도 작은 물방울이 되어 사라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삶의 강함과 여림을 동시에 들려준다.
마지막 음이 사위어가고, 무대 위엔 깊은 침묵만이 남았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슈만이 남긴 흔적을 더듬어 보았다. 넘실대던 불꽃, 달빛의 고요, 불안하게 흔들리던 생의 숨결. 그의 첼로 협주곡은 화려한 기교보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고백에 가깝다. 음악은 끝났지만 아직도 내 가슴에 슈만의 열정이 불씨처럼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