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 / 유이정
남산골 국악당 마당에 알록달록
풍악이 울리고 어깨가 들썩들썩
버꾸재비들 두 팔 벌려 춤추었네
충무로역 3번 4번 출구
만나는 계단 끝에는
바스락 잎새처럼 바람에 어푸러져
초록 테이프 덕지덕지 비닐 봉다리
그림자보다 새까맣게 웅크린 할머니
양갱 두 개 건네는 나에게
안 먹어요
물어봐요, 물어봐
요새는 지성인이 물어봐야 해요
손에 잡히는 대로 주고 싶었던
가난한 마음이여
배우라
할머니에게 배우라
자비도 적선도 호의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자기만족'인 것을.
새까맣게 메말라 패인 볼, 비닐 봉다리 사이 웅크려 앉은 할머니에게 양갱을 건넸다. '왜 물어보지 못했을까?
노숙인에게도 인격이 있고 선택권이 있다. 상대가 원치 않는 것도 호의인가, 친절인가. 내가 마음 편하려고 행동한 이기심이었을까.
오후 6시가 되면, 행색은 남루하지만 기품 있게 말하는 그 할머니가 생각난다. 지난 겨울 잘 나고 그 자리에 지금도 웅크려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