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우표를 그렇게 모았다.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각 나라의 자석을 기념품으로 사 와서 세계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여행을 마칠 때면 일부러 각 나라의 동전이나 작은 지폐를 남겨와서 모아둔다. 뭔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포켓몬고를 처음 만났을 때, 야생에 나타난 포켓몬을 볼을 던져서 잡으란다. 포켓몬을 잡으면 도감에 저장이 되는 수집 게임이었다. 포켓몬고가 봉인됐던 나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해외여행은 어쩌다 한번 가는 건데, 포켓몬고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지루하지 않게 계속 새로운 포켓몬이 나온다. 도감 등록은 못 참지. 빨리 도감 등록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이렇게 포켓몬고에 진심이 되어갔다.
수집품을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잡으러 나가거나, 누군가와 교환으로 얻거나.
나는 지독한 집순이다. 아이가 뭐 사 와 달라고 해도 '귀찮다', '피곤하다', '춥다' 등등 각종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나가지 않으려 하던 내가 달라졌다. "엄마가 다녀올게.", "남~편 내가 갔다 올게." '집 밖은 위험해'를 시전 하던 내가 나갈 채비를 한다. 새로운 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먼저 묻기도 한다. 게임에 빠진 나를 합리화할 핑계를 찾는 차원에서.
해외여행을 갈 때면 평상시에 하던 여행 준비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 나라에서만 잡을 수 있는 지역 한정 포켓몬이 무엇이 있나 미리 알아본다. 해외여행의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추가되었다.
본가게임이라고 불리는 포켓몬 비디오 게임에서 2014년 월드 챔피언이 된 박세준 선수는 강하다고 알려져서 누구나 사용하는 포켓몬이 아닌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고 귀여운 포켓몬을 애정으로 키워서 그 몬과 함께 우승을 해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포켓몬고를 통해 그런 게임과 대회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 나에게는 포켓몬고가 본가다.
박세준 선수의 우승 스토리에 감동받아 그의 마스코트가 된 파치리스가 너무 갖고 싶었다. '파치리스'는 캐나다, 알래스카 등 특정 지역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지역한정몬이다. 캐나다 여행을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을 때, 외국 유저들도 이벤트를 즐기러 한국을 찾아올 정도로 나름 큰 포켓몬고 이벤트가 일산에서 개최됐다. 이때가 기회다. 비싼 비행기 값을 내지 않고도 파치리스를 얻을 수 있는 기회. 파치리스를 가지고 있는 유저를 찾아내서 교환을 부탁하면 된다. 말이 쉽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미션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쉽사리 말을 건네지 못하는 극 내향인이다. 이벤트 현장에서 우리 쪽 방향으로 걸어오는 외국인 발견. 다가가야 한다. 말을 걸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를 기회다. 외국인이 내 앞을 지나갈 때까지 그 짧은 시간에 백만 번의 망설임이 요동치고 결국 용기를 내어본다. 정말 운 좋게도 한 번의 도전만에 파치리스가 내 품에 들어왔다. 포켓몬고가 나를 선택적 외향인이 되게 한다. 필요에 의해 가끔 용감해진다.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바란다. 일반 형태의 포켓몬 도감을 등록을 하고 나니, 누구나 갖고 있는 것에는 만족하지를 못 한다. 운이 좋아야만 가질 수 있는 좀 더 특별한 '색이 다른' 포켓몬. 그 운을 도감에 채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포켓몬고를 한다. 포에버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