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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홍 Feb 10. 2024

수집 욕구를 자극하다

도감 등록에 빠지다

어렸을 때 우표를 그렇게 모았다.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각 나라의 자석을 기념품으로 사 와서 세계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행을 마칠 때면 일부러 각 나라의 동전이나 작은 지폐를 남겨와서 모아둔다. 뭔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포켓몬고를 처음 만났을 때, 야생에 나타난 포켓몬을 볼을 던져서 잡으란다. 포켓몬을 잡으면 도감에 저장이 되 수집 게임이었다. 포켓몬고가 봉인됐던 나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해외여행은 어쩌다 한번 가는 건데, 포켓몬고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지루하지 않게 계속 새로운 포켓몬이 나온다. 도감 등록은 못 참지. 빨리 도감 등록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이렇게 포켓몬고에 진심이 되어갔다.


수집품을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잡으러 나가거나, 누군가와 교환으로 얻거나.


나는 독한 집순이. 아이가 뭐 사 와 달라고 해도 '귀찮다', '피곤하다', '춥다' 등등 각종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나가지 않으려 하던 내가 달라졌다. "엄마가 다녀올게.", "남~편 내가 갔다 올." '집 밖은 위험해'를 시전 하던 내가 나갈 채비를 한다. 새로운 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먼저 묻기도 한다. 게임에 빠진 나를 합리화할 핑계를 찾는 차원에서.


해외여행을 갈 때면 평상시에 하던 여행 준비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 나라에서만 잡을 수 있는 지역 한정 포켓몬이 무엇이 있나 미리 알아본다. 해외여행의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추가었다.


본가게임이라고 불리는 포켓몬 비디오 게임에서 2014년 월드 챔피언이 된 박세준 선수는 하다고 알려누구나 사용하는 포켓몬이 아닌 어느 누구 눈여겨보지 않던 작고 귀여운 포켓몬을 애정으로 키워서 그 몬과 함께 우승을 해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포켓몬고를 통해 그런 게임과 대회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 나에게는 포켓몬고가 본가다.


박세준 선수의 우승 스토리에 감동받아 그의 마스코트가 된 파치리스가 너무 갖고 싶었다. '파치리스'캐나다, 알래스카 등 특정 지역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지역한정몬이다. 캐나다 여행을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을 때, 외국 유저들도 이벤트를 즐기러 한국을 찾아올 정도로 나름 큰 포켓몬고 이벤트가 일산에서 개최됐다. 이때가 기회다. 비싼 비행기 값을 내지 않고도 파치리스를 얻을 수 있는 기회. 파치리스를 가지고 있는 유저를 찾아내서 교환을 부탁하면 된다. 말이 쉽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미션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쉽사리 말을 건네지 못하는 극 내향인이다. 이벤트 현장에서 우리 쪽 방향으로 걸어오는 외국인 발견. 다가가야 한다. 말을 걸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를 기회다. 외국인이 내 앞을 지나갈 때까지 그 짧은 시간에 백만 번의 망설임이 요동치고 결국 용기를 내어본다. 정말 운 좋게도 한 번의 만에 파치리스가 내 품에 들어왔다. 포켓몬고가 나를 선택적 외향인이 되게 한다. 필요에 의해 가끔 용감해진다.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다. 하나를 가지 둘을 바란다. 반 형태의 포켓몬 도감 등록을 하고 나니, 누구나 갖고 있는 것에는 만족하지를 못 한다. 운이 좋아야만 가질 수 있는 좀 더 특별한 '색이 다른' 포켓몬. 그 운을 도감에 채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포켓몬고를 한다. 포에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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