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온몸을 상처 내고 있어요
"선생님, 재소자 하나가 온몸에 상처를 내고 있어요."
온몸에 상처를 낸다. 무슨 일일까. 정신과 환자 같은데 어떤 진단명을 생각해야 할까. 상념에 잠겨있던 중 한 재소자가 도착했다.
"너무 간지러워요. 안에서 끌어 오르는 것처럼 긁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요."
알레르기도 없고 유발할 만한 원인도 없다. 도대체 뭘까? 재소자가 이어간다.
"화상 진료 김 원장이 트라조돈 먹던걸 설명도 없이 빼버려서 이렇게 됐어요. 금단 현상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이 끊어버리니 제 몸이 이 상태죠."
그는 트라조돈 12.5mg을 복용 중이었다. 25mg짜리 약의 반 알 용량이다. 트라조돈은 우울증 치료제나 수면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수면장애에 사용할 때는 우울증에 쓸 때보다 용량을 낮추어 25-100mg 정도 복용한다. 다른 재소자들도 비교적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트라조돈은 굉장히 흔한 약물이에요. 반 알을 먹다가 끊은 걸로 그런 금단 증상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아요. 여기 안에서도 4알을 먹는 재소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게다가 화상 원장님은 한 번에 끊지도 않고 점차 용량을 줄여오셨네요."
테이퍼링(tapering). 장기 복용하던 약물을 끊을 때는 한 번에 중단하지 않는다. 일시에 중단했을 시 금단으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화상진료 원장님도 당연히 두 알에서 한 알, 한 알에서 반 알로 테이퍼링 하여 약물을 끊었다. 다시 말하면 이 증상은 금단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제 몸을 이렇게 만든 화상 진료 원장한테 복수할 거예요. 제 부인한테도 말해서 김 원장 의원에서 한판하고 왔다니까."
교도소의 진료는 여러 이유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주저하는 일이다. 특히 보복의 우려가 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에겐 더욱 그렇다. 재소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그들의 마음의 병이 더 이상 범죄를 이어지지 않도록 어떠한 사명감을 갖고 진료를 해주는 선인들은 그럼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확한 근거에 따라 진료를 봤다는 사실도, 약물 중단의 부작용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용량을 조절해 왔다는 사실도 그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기피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