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야기
작고 작은 이야기
지난 오 년간 돌보던 금붕어 금순이가 떠난 자리
먹이 주던 시간마다 빈 어항 앞에서 멈칫하는 나
얼기설기 엮은 나무 십자가 작은 무덤 속에서
지금쯤 흙이 되었을 금순이는
한쪽이 텅 빈 듯한 내 마음 알까
삼 년 전 사들인 구절초 모종 화분에 심고
이제나저제나 꽃 피길 기다린 날들
작년에 두 송이 겨우 피어나더니
오늘 보니 일곱 송이 꽃망울 올렸네
시름시름 앓던 자식 살아나는 것 같아
가슴 쓸어내리는 내 마음
질긴 생명 이어온 구절초는 알까
지난봄 케일 잎 틈에 붙어 우리 집으로 날아온
어리 디어린 명주달팽이
운명은 달라져도 살아보라고 장만해 준 투명 플라스틱 집
아기 돌보듯 닦아주고 먹이 주며
눈길 마음길 나눠주곤 하는데
홀로 몸집 키워가며 살아내는 명주달팽이 달순이를
그들의 세상으로 보내야 할지 데리고 있어야 할지
고민 아닌 고민하는 내 마음 알까
이래저래 흘러가는 세월을 맞으며 또 보내며
단단했던 열정은 물러지고
푸릇했던 청춘은 색 바래고
그제와 다르지 않은 어제를 지나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
흔들리는 나날 틈새 사이사이에
작고 작은 것들로 채우는
내 하루의 시간이
속절없는 날들이 아니길
언젠가 훗날의 나는
지금의 작고 작은 고민이 쌓여
다시 단단해진 그곳에 있다는 걸
기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