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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Apr 16. 2024

세월호 가족 꽃잎 편지 - 너희를 담은 시간전

시 쓰는 이야기

세월호 가족 꽃잎 편지 - 너희를 담은 시간전

                                           유복녀     

꽃잎이 말을 하네

나는 아직 봄이에요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 한 송이

무참히 검푸른 바닷속으로 스러질 때도

나는 아직 여린 꽃 한 송이였어요     

바람이 대답하네

그래, 그래 내가 알지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다워

네가 떠난 그 자리엔 지금도 향기가 가득하구나     


꽃잎이 입술을 떨며

나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봄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데

나 떠난 이곳엔

그날처럼 바람이 휘돌고 꽃잎은 떨어지네요     

바람이 힘없이 고개 떨구며

그래, 그래 미안하구나

너를 보낸 그 봄은 나에게도 여전히 아픔이란다

잊지 않으마 네가 그토록 아름다운 꽃이었다는 것을     


꽃잎은 푸른 눈물 그렁이며

부디 잊지 말아요

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나의 향기가 얼마나 향긋했었는지

잊지 말아줘요     

통한의 바다 위를 맴돌던 바람

회한의 눈물 검푸른 바다 위로 뿌리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너를 어찌 잊겠니     


진액의 꽃 피 넘쳐나는 그곳에서

여전히 너는 앓아누워 있고

무수히 들려오는 서툰 고해에

봄꽃같이 미소 짓는 아픈 영혼들이여     


2017. 04. 23.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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