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 유복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날갯짓을 한다며
별게 다 궁금한 이가 추켜세우고
네 입 본떠 만든 게 주사기라며
만물박사는 기록에도 남기지
밤낮 없는 신출귀몰에
산과 바다는 물론
어쩌면 우주 저 너머까지
하물며 내 침실까지 넘나드는 너
곤한 잠 속에 빠졌다가도
너의 날갯짓 소리만으로
소스라쳐 일어나게 만들다니
가히 놀라운 능력자라 인정할 수밖에
그런데 말이지
오늘 아침 우연히
천일홍 꽃잎에 앉은 나비를 보았어
너보다 느리고
너보다 눈치도 없더라
그뿐인 줄 아니
신경은 온통 천일홍에만 가있던 걸
혹시
너도 그러니
설마 나를 꽃으로 대한 거니
내 피가 꿀처럼 달콤하든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나비처럼 살아보는 건 어때
이번 생은 너도 어쩔 수 없었을 테니
다음 생엔
나비로 태어나
일평생 꽃과 유희하며
향기롭게 살다 가는 것도
꽤나 멋진 생 아닐까 싶네
절대 너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
오늘 밤엔
꽃향기 나는 에프킬라 준비한
나 찾아오지 말고
나비처럼 꽃 위에 앉아
한시름 쉬기도 하라는 말이야
추신:
오늘밤
네 입이 삐뚤어질지도 모르니
그전에 꿀맛 같은 세상
살펴도 보라는 말
처서에 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