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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Aug 22. 2024

모기에게

시 쓰는 이야기

모기에게   /  유복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날갯짓을 한다며

별게 다 궁금한 이가 추켜세우고

네 입 본떠 만든 게 주사기라며

만물박사는 기록에도 남기지


밤낮 없는 신출귀몰에

산과 바다는 물론

어쩌면 우주 저 너머까지

하물며 내 침실까지 넘나드는 너


곤한 잠 속에 빠졌다가도

너의 날갯짓 소리만으로

소스라쳐 일어나게 만들다니

가히 놀라운 능력자라 인정할 수밖에


그런데 말이지

오늘 아침 우연히

천일홍 꽃잎에 앉은 나비를 보았어

너보다 느리고

너보다 눈치도 없더라

그뿐인 줄 아니

신경은 온통 천일홍에만 가있던 걸


혹시

너도 그러니

설마 나를 꽃으로 대한 거니

내 피가 꿀처럼 달콤하든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나비처럼 살아보는 건 어때

이번 생은 너도 어쩔 수 없었을 테니

다음 생엔

나비로 태어나

일평생 꽃과 유희하며

향기롭게 살다 가는 것도

꽤나 멋진 생 아닐까 싶네


절대 너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


오늘 밤엔

꽃향기 나는 에프킬라 준비한

나 찾아오지 말고

나비처럼 꽃 위에 앉아

한시름 쉬기도 하라는 말이야


추신:

오늘밤

네 입이 삐뚤어질지도 모르니

그전에 꿀맛 같은 세상

살펴도 보라는 말


처서에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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