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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Aug 28. 2024

감자전 굽던 날

시 쓰는 이야기

감자전 굽던 날 /  유복녀


그런 날은 꼭

비가 몹시 내렸어

종일 논에 나가 일하던 아버지도

집에서 잠으로 하루를 채웠지


엄마는 그런 날도 바빴어

얼마나 바쁘던지

나까지도 덩달아 바빴지


닦아라 깎아라 갈아라

함지박 가득 쌓여있던 감자

비릿한 반죽이 될 때까지

잠시도 쉴 틈 없었어

아무리 봐도 엄마는

입으로만 바쁜 것 같았지


어쩐지 억울해

내 얼굴은 낮도깨비처럼

붉으락 푸르락

투덜투덜


입으로만 바쁜 엄마가

조용히 해라 한 마디에

찍소리도 못하고 끙끙 앓았지


엄마의 시간이 왔어

몇 갑절 바빠진 엄마 곁에서

가스레인지도

프라이팬도

지지직 소리조차 바빴지

어느새 보름달처럼 노랗게 익어가는 소리


그뿐만이 아니야

눈으로만 바쁘던 동생들은

입까지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했어


아버지 일어나요

빨리빨리요

내 젓가락 어딨어

여긴 내 자리야

비키란 말이야


지글지글

왁자지껄

화음 넣듯 후두두둑

쏟아지는 빗소리


고소하고 쫀득한 감자전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앗 뜨거


그런 날은

엄마처럼 바빴던 나도 왠지

어깨춤 으쓱으쓱 기분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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