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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위즈덤 하우스

by 미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나오미와 가나코>를 읽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작가였지만 작품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작품은 <당신이 죽였다>라는 이름으로 넷플릭스 제작이 확정된 작품으로

미리 읽는 원작소설이라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백화점 외판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 나오코와 결혼 후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가나코. 나오코는 가나코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나오코는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할 결심을 하게 된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함께 남편 다쓰로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두 여자의 인생을 뒤집어버릴 최대의 사건이 생긴 것이다. ‘제거’ 계획을 세우고 상상할수록 더욱 자신들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믿게 된 두 사람은 금요일 밤, 술에 취한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 ‘제거’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다쓰로는 죽어 마땅하다. 그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거 방법이 문제일 뿐 결국 자신들이 처리하기로 했다. 이것은 합당한 도리인가, 무리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그다지 무리도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27


<나오미와 가나코>는 치밀하게 잘 짜여진 완벽한 범죄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이게 된다고? 이렇게 한다고? 이걸 모른다고?라는 의문이 계속 생긴다. 그만큼 두 여자의 계획은 어딘가 허술하고 불안하다. 이러다 다 들통 나는 게 아닌가?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재미는 바로 그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어딘가 허술한 두 여자의 계획은 독자에게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못하게 한다. 긴장감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능력, 이것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의 매력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과연 어떠한 살인은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며 생각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었다. 친구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까지 하며 제 일처럼 나서는 나오미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오미 역시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아픈 상처를 가진 점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나오미와 가나코는 이 계획에 ‘제거’라는 말을 사용한다. 가나코의 남편은 악을 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맞다며 자신들의 계획을 합리화한다. 살인이 아닌 제거, 과연 그것이 정말 맞는 선택이었을까?


물론 어떠한 형태, 무슨 이유에서든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함이 옳다. 하지만, 그 처벌이 합법적이지 않은 살인의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오미와 가나코> 서스펜스 소설의 재미와 함께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오쿠다 히데오를 만난 첫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다른 그의 작품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넷플릭스로 만나게 될 <당신이 죽였다>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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