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받다

제8화 기로에 놓인 활동

by 로진

그리고 며칠 후 봉사자들은 다시 모여서 회의를 하며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봉사자들은 의견을 말하는 그 순간에도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자신들을 기다리던 시골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 주간 동안 매주 자신들을 그리워하며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고,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던 아이들이었다. '평생 동안 어떻게 이런 환대를 누구로부터 받아보았고 앞으로 받아 볼 수 있을까?' 3개월의 시간은 봉사자들 입장에서도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봉사자들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장의 말처럼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리더는 한참 동안 아무 말없이 의견들을 듣고 있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지금 우리가 이것을 중단하면 다음에는 오해를 풀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계속 진행시켜 가며 오해를 풀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지금 중단하면 영영 오해를 풀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이미지는 그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그대로 계속 남게 될 것입니다. 토요학교를 못하게 되더라도 오해는 풀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그 아이들을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그들을 돕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방치된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이장을 찾아가 다시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주민들도 찾아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봉사자들의 리더는 다음 날 시골로 향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시골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평일이고 첫 차라서 버스 안은 운전사와 리더 단 두 명 밖에 없었다. 리더는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 어떻게 이 시골에 오게 되었지? 왜 우리가 이 시골에 왔을까? 우연일까? 하나님의 뜻일까? 그리고 왜 토요 학교를 하게 되었지? 우리가 무슨 사명감이 있다고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그래도 시작하고 얼마간은 좋았지! 의미는 일이기도 했고…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이토록 의미 있는 일을 해보았겠어? 나의 짧은 인생을 돌아보면 대충 그저 그렇게 살아왔잖아? 내 체질에 안 맞는 일을 처음 시도해 보았는데,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어, 내 성격에 누굴 진심으로 돕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


시골 아이들의 눈 빛을 볼 때마다 나의 가슴은 뛰고 불이 타는 것 같았단 말이야. 시골에서 몇 개월의 시간은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했어, 이제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인가? 못하게 된다면 매주 토요일마다 여행이나 다닐까? 없었던 시간이 생기려 하니 마음의 여유가 갑자기 찾아오는군, 앞으로 토요일을 마음껏 즐겨볼까?


아냐 아니지, 겨우 3개월 봉사 활동하려고 여러 사람을 설득하러 다니고 또 모여서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준비한 건 아니잖아!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아야 하는 거 아냐! 길이 막히면 뚫고 돌파해 나가야지! 이런 사소한 일에 주저앉고 뒤로 물러나면 안 되지,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지 안 그래? 근데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현지인들이 안 하겠다는데 어떻게 하겠어?’

리더는 버스를 타고 가는 한 시간 동안 스스로 물어보며 답하고, 때로는 답답한 한숨소리를 내뱉기도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듯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