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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an 29. 2024

오랜만에 느껴본 성취감에 대하여

(feat. 야, 너두 할 수 있어)

지난 연말, 갑작스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서 갑자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으로, 컴퓨터용 사인펜을 이용해서 객관식 시험이라는 것을 본 기억이 언제인지... 기억이 맞다면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에 토익 시험을 본 것이니 아마도 15년가량 전의 일이지 않을까..


영어로 된 문서는 ChatGPT의 도움을 받아 한글 문서로 변환해서 활용하고 있고, 아는 말조차도 DeepL로 번역해 가며 일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다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험을 위해 정확히 한 달간 영어 공부를 했다. 외근 전후로 뜨는 시간들을 스벅에 앉아 수학문제 풀이 중인 고딩들 사이에 앉아서 유튜브뮤직 대신 영어단어를 BGM 삼아 단어를 외우고, 아이가 잠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에 2시간 정도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사실 첫 마음은 토익과의 1:1 환산 점수표를 보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나 싶은 건방진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12월 말 공부 시작 전, 시험 삼아 풀어본 첫 모의 테스트를 채점해 보고는 적어도 작년 한 해동안 있었던 모든 사건들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근황을 아는, 그리고 텝스 경험이 있는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텝스라는 시험이 애초에 토익과 같이 대중 픽이 아니라 외고 재학생이나 승진을 염두에 둔 공무원들, 로스쿨 준비생 같이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기에 그 안에서 자기 위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으니 절대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는 위안의 말과 함께 중간중간 토익 시험 한 번씩 섞어 봐주면 떨어진 자존감이 좀 회복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들었다.



아무튼 칼을 뽑았으니 휘둘러는 봐야겠기에 바이블이라 불리는 노란 책을 펼쳐두고 말 그대로 처음 접하는 생소한 단어를 하루에 60개 정도 외우면 그중 45개 정도를 잊어버리는 경험과 함께, 태어나서 처음으로 1등이 아닌 50등을 목표로 하는 공부를 하면서 남들은 하루에 8시간도 공부한다는데 머리도 굳은 내가 고작 2시간 바짝 공부해서 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 가며 나름의 최선을 다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시험일로부터 1주일이 지난 화요일 오후 4시.

(콕 집어 첫 시험이라 말한 이유는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에 다음 시험도 미리 등록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더 높은 목표를 두고 준비한 진짜배기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점수이지만 시험 종료 후의 기대와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성적으로 단 한 번의 시험만에 텝스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날 쭈구리로 만들었던 첫 모의고사 대비는 120점가량 높은 성적이기도 하다.


사실 고작 백분위 72% 수준의 성적을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 포스팅씩이나 해가며 자랑처럼 남겨둘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시점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뭔가를 준비하면서 오래간만에 수험생 모드로 치열하게 보냈던 한 달가량의 기억을 되새김질하고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지난 한 달간의 시간 활용을 시험 준비가 아닌 새로운 관심 영역을 잡아서 주제 학습이나 분석 프로젝트에 할애한다면 자존감을 해치는 일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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