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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Sep 02. 2024

[독서일기] 생각의 배신 ㅣ 배종빈 ㅣ 서사원

자연계의 생물들 가운데 인간이 감히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경솔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인간이 문명을 이룩하고 유지해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만의 기능을 꼽자면 그것은 어쩌면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진 다양한 것들, 그중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응용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각하는 인간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또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에서의 '생각'도 이러한 맥락에서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이하게도 생각을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생각의 배신>이다. 하물며 부제는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이다. 이건 뭔가 생각하는 인간의 특징을 다룬 책이 아닌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도대체 왜 뭐 때문에 생각의 배신이란 말을 떠올려야만 했을까. 그것도 뇌과학 처방전이라는 다소 거칠고 격정적인 표현까지 쓰면서 말이다. 



책을 펼치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일러준다. 긍정적인 면보단 부정적이고 걱정되는 사례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기후에 맞춰 살아가던 과거와는 달리, 간편해졌음에도 몹시 복잡하고, 생각할 것도 신경 써야 할 것도 엄청나게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생각이 갖는 위치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고 일러준다. 


더욱이 책 속에서 언급되는 생각은 일종의 '걱정'과도 그 결을 같이 한다.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걱정,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근심 걱정 생각 잡념 망상 등등 우리를 괴롭히는 그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성철 스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시길 죽을 병에 걸렸고 고칠 방법이 없다면 그건 걱정을 해야 할만한 일이라 하셨다. 그 외는 일절 걱정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고, 그리고 아무리 끌어안는다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걱정이나 고민도 별로 없거니와 또 대부분의 걱정과 고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볍고 별것 아닌 것들이란 생각을 오래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그런 연유로 생각은 짧게 하고 선택을 서둘러 하되, 잘못된 판단 또는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문제점은 수정하는 쪽을 늘 택한다. 후회? 후회할 시간에 차라리 술을 몇 잔 더 마시지. 걱정이나 고민? 지나간 일은 일절 생각조차 안 한다. 다가올 일이라 한들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 달라질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와 저자의 관심 어린 조언들은 쏙쏙 눈과 머릿속에 들어왔다. 대단하게 어렵지 않은 하지만 분명 우리가 늘 고민했고 마주했었던 지점의 소소한 앙금까지도 저자는 미리 간파한 듯 보인다. 중반부를 지나니 표지 하단에 있는 두 번째 소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불안과 우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사고의 기술'이란 말.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생각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지지 아니하고, 그로부터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활발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그중 쉽게 잠에 들기 어려울 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란 방법은 몹시 매력적이었다. 어려울 것도 없는 그 방법은 잠자리에 누워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는 호흡에 귀를 기울이란 말인데,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패턴에 10분도 되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것이고 그로 인해 수면에 이르게 될 거란 얘기였다. 평소에도 누우면 거의 바로 자는 성격이라 특별히 체험할 만한 기회가 없을 것 같았으나, 때마침 어젯밤 유난히 시끄러웠던 동네 분위기 때문에 뒤척이던 차에 이 부분이 생각나 조심스레 내 호흡에 귀를 기울여봤다. 처음이라 10분은 더 걸렸지만 분명! 쉽게 잠에 이를 수 있었다. 저자의 직업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고 했는데,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충분한 수면으로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걱정과 생각을 줄이고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고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지루할 만큼 평이하고 도덕적으로도 고리타분한 이러한 명제들이 때로는 우리를 더욱 옥죄고 지치게 한다. 그럴 때 읽으라고 이런 책이 있는 것이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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