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가장 무서운 춤이 있다. 돌아가신 공옥진 여사의 병신춤이 바로 그것이다. 88올림픽을 전후로 화려한 화장을 한 키메라의 모습도 강렬히 남아있다. 어린 시절 가끔 악몽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종종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병신춤을 추는 공옥진 여사와 키메라가 꿈속에서 강렬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셸 위 댄스>를 통해 춤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로운 감성을 환기 시키는 계기를 경험했다. 물론 그전에 할리우드의 여러 춤 영화가 있었지만, 일상에 밀접하게 춤이란 소재가 살갑게 느껴진 것은 <셸 위 댄스>가 처음이었다.
댄스 가요를 필두로 아이돌 문화가 20년 넘게 지배하면서 춤은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춤하면 왠지 기혼 남녀의 바람과 연결이 되었고, 드라마 <서울의 달>에선 유부녀를 꼬시는 제비족이 주요 직업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스포츠 댄스라 해도 여전히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직 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춤에 대해서 보다 더 넓은 시야와 유연성 있는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종이 책에 인쇄된 활자와 몇 장의 사진으로 춤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이 책에선 QR코드를 충분히 활용한다. 또한 단순히 춤에 대한 맹목적 소개가 아닌, 그 춤의 배경과 국가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아낌없이 펼쳐진다.
춤을 소재로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만큼 즐겁고 분주한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어디선가 본듯한 춤도 등장하고, 생전 처음 마주하는 춤도 경험하게 된다. 우리 고유의 춤도 두 챕터에 걸쳐 소개된다. 괜히 반가운 부분이다. 또한 저자 역시 우리 춤에 대한 이해와 소개 그리고 전파에 대한 부족함에 아쉬운 목소리를 책에 담았다.
춤을 추고 싶은가. 세계의 다양한 춤에 대해 느끼고 싶은가.
이 책을 통해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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