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재앙의 지리학 ㅣ 로리 파슨스 ㅣ 추선영

재앙의 지리학 ㅣ 로리 파슨스 ㅣ 추선영 ㅣ 오월의봄

by 잭 슈렉

지구온난화, 탄소 배출 등 급변하는 자연환경에 따른 인류의 걱정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빛 좋은 개 살구 마냥 외쳐대기만 급급했지 현실적인 대안, 실천안, 계획은 밀접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만 같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만, 개개인의 실천은 미비하기만 하다. 기업과 국가적 실행도 마찬가지다. 여지없이 제품은 늘 과대포장 속으로 숨고, 오랜 보관을 위한 강행군도 아끼지 않는다. 지구의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의 형태를 띤 이상, 소비를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마력에 모든 사람들이 체면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소비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은가.


충격적인 표지로 시선을 잡아끈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체득한 사실과 의견을 신랄하게 들려준다. 수치상으론 탄소 배출을 줄였으나 OEM을 통한 제조법으로 그 어느 국가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치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음식, 물품들이 어느 곳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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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 빼곡히 들어찬 쓰레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선진국의 탈을 쓴 강대국의 압박과 능청스러운 편법이 난무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낮은 임금을 받고, 그 와중에 빚까지 떠안은 채 평생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만 하다 죽어가는 노동자를 우리는 모른 체 살아간다. 매장에서 구입하고 클릭으로 구입한 제품들에 그들의 피땀은 교묘하게 감춰진다.


일상적인 소비에 그 모든 책임과 죄책감을 담아 소비 자체를 멈출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는 시스템의 행태는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지루할 만큼 뻔한 공식인 '싸고 좋은 것은 없다'라는 전제가 온라인 쇼핑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패러다임 속에서 실현 가능토록 마법으로 완성된 것은 소위 '가진 자'들의 치밀한 계산을 뿌리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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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태가 기후라는 궁극의 지점에 미치는 영향에 그들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오죽하면 책의 부제가 '기후 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일까! 무거운 주제와 내용이 담겨 있기에 페이지 넘기는 게 결코 쉽지 않으 이 책을 단 한 줄로 요악하는 명료한 부제가 아닐 수 없다.


'탄소 식민주의를 부추기는 여섯 가지 신화'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의 에필로그는 부제와 더불어 이 책의 ㅁ모든 것들을 함축하는 영역이다. 그 신화가 과연 누구에 의해 쓰였고, 누구를 위해 이뤄지고 있으며, 누군가의 역사 속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을지, 고민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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