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ㅣ 천명선 ㅣ 21세기 북스
여러 시리즈로 거듭난 영화 <혹성 탈출>을 보면서 느낀 이질감은 결국 '지구는 인간의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어를 만들고 도구를 사용하고 과학과 문명의 도움을 받아 마치 지구에서 유일무이 최강의 종족으로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지극히 '인간 중심의 사고'에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체수로는 여전히 인간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동물과 곤충들이 즐비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먹고 살만하니까 집단 지성이 드디어 동물에게까지 그 관심을 보이는 시점에 도래한 것이다.
본 제목 보다 더 탁월한 소제목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가장 우연하고 경이로운 지적 탐구"는 이 책의 방향성을 함축한다. 무엇보다 '가장 우연'의 부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생활해온 동물들... 그리고 인간의 탄생과 인간의 발전과 더불어 그들의 생태계는 분명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해온 그들의 섭리와 또한 그들을 마주하고 점차 무자비하게 그리고 온화하게 그 온도를 달리한 인간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날이 엄청난 증가폭으로 소비하고 있는 육류에 대한 고찰. 식탁 위에 고기가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무수히 많은 과정 속에서 소와 닭, 돼지 등이 겪는 비인간적이고 맹목적인 경제논리에 고통받는 현실은 모두가 외면하고 만다. 나아가 대량의 동물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또한 구태여 알고자 하지 않고 전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체계화된 가까운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없이, 계산기에 등장하는 수익률만 쫓는 현실이다.
무수히 많은 임상실험과 생체실험에 쓰이는 동물들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원숭이나 침팬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고통의 단계가 최고도에 이르는 실험도 감행하기 일쑤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신약은 인간의 생명 연장의 씨앗이 된다. 비단 약뿐만이 아닌 화장품,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의류 등 또한 마찬가지의 악순환을 선사한다. 폐쇄적인 동물원도 일조한다.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만큼 어리석은 풍경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인간의 악행으로 고통받는 동물만 언급되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 동물에게 여전히 따뜻한 관심을 주는 인간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또한 동물의 안락사 문제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무게감 있는 주제로 다가온다. 동물 복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당을 지지하는 국가. 동물의 안락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와 배려를 동원하는 사회. 무엇보다 동물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별도의 생물체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대를 들려준다.
또한 인간의 생활권과 밀접한 동물뿐만 아닌 지구 전체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동물의 복지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분발하는 인류, 우리가 만들어낸 문명과 과학의 이점을 적극 활용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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