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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y 31. 2024

1분 30초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일까?

생각보다 길다.


크로키를 배웠다.


독학하며 끄적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배워보는건 처음.


연습용 크로키는 3분

실전은 1분 30초 내에 인체 한 컷을 완성하는 그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사람의 모습을 

3분이내 표현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라 생각했지만 최종 목표는 1분30초니

3분도 감사할 일이다.


첫 그림은 머리, 몸통, 다리의 형태만 겨우

다음은 팔과 다리. 몸통의 비율까지.

다음은 머리키락과 신발까지 가능했다.


이 어설픈 감을 가지고 1분 30초에 도전한다.

세상에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다 표현했다.


놀라운 건 반복해서 그릴때마다

시간이 넉넉해 진다는 점이다.


스케치북이 몇 장 남지 않았을 즈음에는

심지어 세부적인 명암과 디테일한 선까지 추가할 수 있었다.


1분30초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수업을 마친 후, 나는 크로키가 아니라, 

내가 겪은 이 시간의 신비를 돌이켜 보았다.


시간없다며 동동 거리며 살던 모습,

부족한 시간을 탓하며(심지어 1시간이 주어진 시간이었건만) 불평했던 마음,

'고작 몇 분인데, 뭘 하겠어?' 라며 적당히 떼워버렸던 10분,

'1분 밖에 안 남았다,  안 되겠네!'  풀기를 포기했던 마지막 수학 문제...


참 길게 쓸 수도 있는 이 시간들을 

하찮게 생각하거나,

있으나 마나한 시간으로 버리거나, 

없는 것이나 마친가지인듯 소중한 줄을 몰랐구나...


나는 내 시간의 가치를 내 스스로가 만들지 못하고,

타인과 환경에 맡겨버린듯 했다.








1분30초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일까?


(오늘 경험에 의하면) 실력 높은 화가라면,

최고의 작품 1점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의 문장을 3줄이나 필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간.


성경 10절을 읽을 수 있는 시간.


부드럽고 풍미있는 에그스크램블로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시간.


고강도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울 있는 시간 


아빠, 엄마와 통화하고, 마음을 나눌 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100번이나 부를 수 있는 시간.





부쩍이나 '시간 없다'를 노래처럼 부르고 있는 요즘,

나는 정말 시간이 없는 것이 맞을까?....


나의 '시간 없음'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시간 부자'임을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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