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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n 03. 2024

'한' 글자의 무게

생각보다 크다


멋진, 

새로운 시선과 소리를 가진 책을 만났다.


<한 글자 사전> 김소연 




310개의 한 글자 단어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독특한 해석이 담긴 책.

시인듯, 에세이인듯....


장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한 글자 단어가 310개나 된다는 것에 놀랐고,

각 글자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의 낯선 시선을 

읽는 것이 설레었다.





<국>

아버지가 없는 밥상에서 더불어 없어졌던 메뉴(p.38)



<금>

금은 밟지 말라는 뜻에서, 

선은 넘지 말라는 뜻에서 설정된다.

금은 타인을 통제하기 위해서, 

선은 나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서 (p.45)



<달>

변해가는 모든 모습에서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온 유일무이한 존재(P.91)



<더>

타인에게 요구하면 가혹한 것.

스스로에게 요구하면 치열한 것(P.96)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한 글자 단어중 하나가 "옆"이었다.


<옆>

사람이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자리.

사회적으로 높거나 낮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맥상에서 멀거나 가깝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누군가에게 (p.270)







책의 저자인 김소연 작가는 아무도 자신에게 시를 써보라고 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순도 100퍼센트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를 직접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첨엔 그저 한 글자?? 새로운 시도인데?

라는 흥미로 책을 읽었지만,  다 읽고 보니

'한 글자' 단어들은 작가의 이런 간절함에서 비롯된 발상이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반면 나는 얼마나 쉽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는가?


누군가는 한 개 글자만으로 이루어진 단어에 조차도

이렇듯 절실한 사유의 끝을 붙잡고 있는데 말이다.


결, 곁, 나, 너, 남, 밥, 별, 봄, 약, 왜, 욱, 적, 줄, 짝, 창, 책, 첫, 쿵, 팀..... 


의자를 '의자'로만, 책상을 '책상'으로만 보는 시선으로

지금껏 나는 대체 무슨 글을 써 왔던 것일까?


다 알고 있다는 내 착각을

단박에 뒤집어 버리는 책이기도 했다.


무심코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고,

문장을 만들고, 문단을 연결하고...

그렇게 글을 쓰는 과정.  


당연한듯 이루어지는 내 사유의 과정이

조금은 부끄럽다.


익숙하고 보편적인 것들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가질 것.

내가 쓰는 단어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가질 것.


내가 쓰는 글과 생각이

'나 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근본이 아닐까... 


좋은 책이다.

혼자보다 함께 나누면 더 좋아질 것만 같은 책.






추신>

'나', '너', '남' 은 있지만, '우리'는 없다.

우리는 무려 <두 글자>이기 때문에....^^


나, 너, 남은 혼자라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절대 혼자서는 될 수 없다는 사실....  글자가 의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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