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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n 30. 2024

<서울국제도서전>,다녀오셨습니까?

아는 것만큼 보인다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건 정확한 통계일까?

서울국제도서전(2024, 6.26-30)에는 책만큼이나 사람들이 넘쳐났다. 

책 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스친 듯하다.


그렇다, "스친" 것이 맞다.

책도, 사람도...


크고 작은 많은 출판사와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고, 

간간히 작가 사인회, 북토크가 이루어지고 있긴 했지만, 

나는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거리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흥미로운 오브제를 구경하듯, 그렇게 책들을 스치고 온 느낌.

만나고 싶었으나, 상대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 찾아다니다 온 느낌이라 해야 할까?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믿는다.

내가 그만큼 책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해서 이런  "국제도서전"에서 보이는 바도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전시회의 목적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너무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문했던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의미가 있었던 몇 가지는 소중히 기억된다.


첫째,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가 30주년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고흐 에디션 특별판이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부끄럽게도 아직 토지를 읽어보지 못한 터라, 

'고흐 에디션 특별판'이라는 이유로 덥석 구매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사실은  <토지>를  완독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둘째, 보자마자 반한 책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sold out.


글자 없는 그림만 있는, 어쩌면 미술 서가에 있을 법한 책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의 형태가 지닌 아름다움을 꽃이 피어나듯 표현한 드로잉북이다. 먹종이에 그린 듯, 붓인 듯, 펜인 듯,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여러 질감들이 섞여 인간의 몸짓인 줄 알았는데,  꽃인가 싶은,  아주 아주 아주 독특한 콘텐츠를 담고 있었다.


<Body Blossom>, 박선미




셋째,  아이디어가 맘에 들었던 책.

이번 도서전에서 다양한 책의 형태와 내용,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지만,  책에 대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둘러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 중 한 가지가 옛날 벽걸이 달력 형태로 제작된 책인데,  365일 날짜별로 매일  읽을 수 있도록 짧은 이야기한 편씩을 담았다. 실제 사람들의 이름을 수집해서, 그 이름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언젠가 나에게도 책 벗들이 많이 생긴다면,  우리 이름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국제도서전(2024)>에 대한 나의 성과는 이 정도로 소박했지만,  

5일간의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은 어떤 다른 의미를 얻었을지 몹시도 궁금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돌아갔을 것이니, 

이 전시회의 의미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책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전시회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일방적인 나의 기대사항이었는지 모르겠다.


책이 있는 공간은  어디든지, 어느 때이든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자책이나 디지털 자료가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긴 하지만, 

이런 설렘은 질량과 무게, 향기를 가진 종이책이,  

우리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귀한 감정이 아닐까? 


책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주는 행복.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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