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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Feb 12. 2024

2024 창작단막극축제

살아진다 사라진다

2024 창작단막극축제'


자본이 압도하고 미래가 어두운데도 그 어두운 것들을 보여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뿔난 연극인들이 2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펼치는 연극 축제다.


어제는 40분 단막 두 편, '시발점'과 '살아진다, 사라진다'를 감상했는데, 그중 '살아진다, 사라진다'는 기억에 공백이 생겨 현재를 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부인과 그 원인이 본인 때문이라 자책하며 부인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보이는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내 가족이 오버랩되었다.


모시고 사는 엄니의 치매는 걱정한 적 있다. 그러나 내짝님이 치매에 들거나 내가 그럴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데, 연극 '살아진다, 사라진다.'는 가족 사이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을 상상하게 하며 가슴 아림을 맛보게 했다.


치매 또는 기억장애,


해 저무는 벌판에 텐트를 치고 가스렌턴을 켰을 때 노오란 따뜻함을 느껴본 적 있는가? 또 부족한 가스 때문에 노오란 불빛이 서서히 어둠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하지만 너무 급히 나와 여분의 가스를 챙기지 못해 무기력하게 어둠을 맞아야 했던 기억,


기억장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드물지 않게 퍼져있는 치매가 서로의 삶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듣고 보기도 하는데, 발병자의 기억이 가스랜턴 불빛이 사라져 가는 것처럼 서서히 어둠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극장이 그러하듯 배우들이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몽글몽글해 짐을 느꼈다.


보통 공연계는 상식적으로 월요일 공연이 없는데, 이번주는 설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3시에 또 공연이 있다.  요즘 영화 한 편도 비싼데, 티켓이 2만 원 이면 부담도 없고,

설맞이 대학로 나들이, 기회는 보너스처럼 오늘 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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