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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랑쓰 Jun 24. 2024

효도여행의 메카 '중국 장가계'를 다녀오다

어느 30대 직장인의 여행기

아버지의 효도여행으로 6월 중순의 무더운 날씨에 3박5일 일정으로 중국 장가계를 다녀왔다. 중국 장가계는 20~30대의 젊은 세대가 찾기보다는 산수경치를 좋아하시는 부모님 세대가 주로 찾는 곳이다. 나도 아버지가 "아들아. 죽기 전에 장가계는 꼭 한번 보고싶다"라고 나를 볼때마다 얘기하셔서, 잠시 휴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 생겨서 효도여행 겸 장가계를 다녀왔다.  내가 자발적으로 찾아서 여행지는 아니지만, 30대인 관점에서 봤을 때의 장가계에 대한 몇가지 감상을 남겨본다. 또한 장가계를 찾으려는 분들에게도 이 글이 즐겁고 수월한 여행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중국어가 되지 않는다면 패키지로 가는 것을 추천

나는 장가계를 패키지로 택했다. 본인이 중국어 뿐만 아니라 장가계 방언까지 이해하며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현지 가이드를 낀 패키지로 가는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장가계 현지분들은 "How much?" 와 같은 간단한 영어로도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가 없이는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보통 현지 가이드는 조선족 출신으로 한국어,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분이 많다고 한다. 우리 팀 가이드도 조선족 출신 분이셨다. 


2. 관광 환경

여행을 떠나기 전에 블로그를 찾아보면 장가계가 보통 비위생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의외로 장가계는 관광도시답게 생각보다 거리나 환경이 깨끗하다. 관광지 또는 시내거리들은 생각보다 정말 청결하다. 그리고 쓰레기통도 정말 많다. 한국보다 길거리에 쓰레기통은 정말 많은 듯하다. (관광도시 미화원 분들의 일자리가 많아서 그런 걸까?) 장가계가 습하고 더운 날씨라 물을 마시거나 땀을 닦느라 페트병이나 티슈 등 쓰레기가 나오기 쉬운데 휴지통이 많아 처리하기 쉬우니 정말 좋고 편했다.


3. 화장실

특히 블로그 후기를 보면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라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관광지의 산꼭대기에 있는 화장실도 그렇게 비위생적이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같이 갔던 여동생에게 여자화장실의 상황도 물어봤는데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공공화장실에서는 휴지가 없으니 반드시 두루마기 휴지는 필수로 소지하고 다니자. 화장실은 걱정한만큼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조성된 관광지다 보니 변기가 재래식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가끔 소변기도 드라마 '소년시대'에서 병태가 허구한날 쳐맞는 화장실의 스테인리스 단체용 변기인 곳도 있다.


4. 관광객들

3박을 꽉채워서 장가계를 돌아다니니 체감상 한국인이 60%, 중국인이 35%, 기타 외국인이 5%정도 된다고 느꼈다. 흔히 베트남 다낭을 '경기도 다낭시'라고 부르는데, 여기도 '강원도 장가계시'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5. 현지 사람들

패키지 일정이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 피곤하긴 했지만 현지의 감성을 즐기기 위해서 가족끼리 호텔 앞에 나와서 길거리 포차에서 꼬치구이와 함께 맥주를 마시곤 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만큼 포차 상인들도 어느정도 간단한 한국어는 되었다. 다행히 동생이 중국어를 배운적이 있어서 중국어를 몇마디 쓰니 정말 좋아하시면서 서비스까지 주시더라. 흔히 위생상의 문제로 현지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는 특별히 탈은 나지 않았다.

가끔 유튜브로 삼국지 관련 유적을 찾아다니는 영상이나 중국여행을 관련 영상들을 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중국사람들도 정말 하나같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더라. 영상과 같이 내가 직접 만났던 현지 상인들, 관광지의 안내원, 버스운전사 등 중국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친절하고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호의적이다. 국가간의 감정이나 편견 때문에 중국인에 대한 안좋은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직접 이야기해보고 친절한 배려를 받다보니, 역시 인간 대 인간으로의 중국분들은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단, 시민의식은 잘 모르겠다. 관광지에서 워낙 시끄럽게 떠들고 지나갈 때 나를 그냥 손으로 밀고 지나가거나 하는걸 너무 많이 봐서...)



6. 날씨

장가계는 원래 비가 365일중 200일 이상이 비가 온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도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우리가 있었던 3일간은 정말 비 한방울도 안내리고 태양이 작열하는 완전히 화창한 날씨였다. 비가 내리지 않는 장가계의 6월 날씨는 정말 매우 덥고 습하다. 꼭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도구들을 챙겨가시길 바란다. 준비성 철저한 와이프가 나를 포함해서 아버지, 여동생 것까지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줘서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는데 미리 냉감 스카프, 물티슈 등도 챙겨가면 좋다. (참고:와이프가 챙겨준 것들비가 자주오고 또 갑자기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우비가 필수라고 하지만 우리는 결국 단 한번도 써보지 못했다. 다만 현지 가이드도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도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니 우비는 꼭 가지고 다니라고 해서, 우리도 우비는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너무나 화창한 날씨여서 천문산, 천자산의 절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는 건 현지 가이드가 매우 큰 행운이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산기슭에 흰구름이 걸쳐있는 듯한 영화에서 볼법한 '무릉도원'의 진풍경을 보지 못했다는 건 살짝 아쉽긴 했다. 


7. 혼잡도

6월 중순은 비성수기라서 생각보다 혼잡하지 않았다. 우리가 천지산에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릴 때, 현지 가이드가 "7~8월 성수기에는 여기 케이블카를 5시간을 기다려서 타야해요" 라고 하는데, 우리는 10분정도 기다리고 탔다. 하지만 천문산, 천자산 규모도 워낙 큰데다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 내국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리기 때문에 비성수기임에도 정말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긴 했다. 


8. 산행

천문산, 천자산은 보통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일단 올라가면 큰 오르막길은 없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서도 산 자체가 면적이 넓기 때문에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한다. 참고로 난 1일 평균 3만보 정도 걸었다. 또한 산에서의 이동은 모두 깨끗하게 정비된 길로만 걷기 때문에 수풀을 헤쳐 걸을 일은 없어서 '버물리'같은 건 굳이 사가지 않아도 괜찮다.


9. 경치

장가계는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악산의 산수 경치로 먹고사는 만큼, 정말 평생 한번은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만한 절경을 자랑한다. 괜히 '무릉도원'이라는 수식어가 나온게 아니다. 특히 천문산, 천자산에 올라가서 보는 악산의 절경은 감탄사만 연발하게 한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보이는 산들을 보니 그냥 동네 언덕같다. 절대 카메라로는 눈으로 본 감동만큼 경치를 담아내지 못하니 너무 사진찍는데 몰두하지 마시고 눈으로 충분히 감상하시고 오시라.


10. 환전

패키지 여행이라면 달러와 원화만 챙겨가면 된다. 관광지의 상점이나 잡상인들은 다 현금 한화 받는다. 보통 부채, 팔토시, 모자 등을 파는데 개당 1~2천원 수준이다. 특히 원화는 간식거리나 노점의 물건을 살때에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5천원 단위로 쓸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천원권을 많이 가져가면 좋다. 우리는 50장정도 천원권을 바꿔갔는데 3일동안 충분히 패키지 외의 간식거리나 노점 상인에게 물건을 살 때에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위안화 환전은 필요 없다. (정 필요하면 현지 가이드가 소액은 해주기도 한다) 

또한 별도 유심이나 로밍을 사용한다면 카카오페이 등으로도 현지에서 결제할 수 있다.


11. 음식

중국 현지음식은 우리가 한국에서 시켜먹는 '중국음식'이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든 음식에서 마라 향신료 냄새가 있는 것 같고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지 좀 느끼하고 간이 쎘다. 또 돼지고기류는 좀 비리기도 했다. 패키지 다른팀 사람들 중에서는 생각보다 잘 드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난 잘 맞지 않아서 오래 먹기에는 힘들었다. 개인차가 있으니 가서 직접 드셔 보시되, 혹시라도 음식이 맞지 않으면 정말 고통스러우니 고추장, 김치정도의 밑반찬을 준비해가면 좋다. 패키지를 이용한다면 한식당을 종종 갈텐데 생각보다 한식당 음식이 맛있다. 



마치며

날씨가 매우 좋아서인지 우리는 패키지 선택관광을 모두 할 수 있었는데 (추가로 500불 정도가 더 들었다), 장가계의 모든 주요관광지를 3일 내에 돌기에는 솔직히 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장가계가 효도관광지라고 하는데 아버지를 비롯한 어르신들께는 상당히 높은 체력을 요하는 곳이긴 하다. 우리팀에는 무릎이 불편하신 70대 할머님을 모시고 오신 팀이 있었다. 그 팀 가족분들이 할머님이 잘 걸으실 수 있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센스있는 현지 가이드께서 적절히 계단이 많은 곳이나 험한 코스는 별도 편한 코스로 안내해주시거나 별도 휴식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우리팀은 만족하고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분명 체력을 요하는 코스들로 가득하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장가계의 절경은 꼭 한번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나도 여행 당시에는 힘들고 다리가 아파서 당시에는 그 감동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게 다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힘든 기억들은 사라지고 그 웅장하고 깊은 장가계의 경치가 아직까지도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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