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일정은 여유롭게 잡으세요.
오늘 펀딩 마감입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정을 확인한다.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는 고양감은 금세 가라앉고, 지독하게 현실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순히 앨범을 내고 싶다는 명분만으로는 펀딩을 설득할 수 없으니 음원과 함께 굿즈를 기획했다. 이제 그 실물 제작에 들어가야 할 때이다.
만약 누군가 처음 펀딩을 준비하며 이 글을 본다면, 일정을 아주 보수적으로, 길게 잡으라고 전하고 싶다. 펀딩이 3월 초에 끝나도 실제 정산 금액은 3월 말에나 들어온다. 그런데 나는 호기롭게도 배송 시작일을 정산일 직후로 잡아버렸다.
그 말인즉슨, 약속한 날짜를 맞추려면 굿즈 제작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데, 정작 펀딩으로 모인 돈은 지금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펀딩을 왜 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잠깐 흔들렸다. 왜 이런 단순한 걸 놓쳤을까.
다행히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멀쩡한 성인 남자 셋이서 굿즈 제작비 하나 선뜻 못 메울까. 다만 예상치 못한 선지출에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하나 나왔을 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계획을 세워도, 돈과 자원이 얽힌 현실에서 구멍이 나면 그 무게는 배로 무겁게 다가온다. 기획자로서 나의 얕은 수에 헛웃음이 났다.
계속 바짝 긴장한 채로 살다 보면, 이따금 찾아오는 안도감마저 허탈함으로 다가온다.
별것 아닌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잔뜩 눈에 힘을 주게 되고.
완벽하게 끝맺고 싶다는 욕심과, 그저 이 모든 과정이 하루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독한 피로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