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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사모 Nov 11. 2024

교회언니들이 친절하지 않았던 이유


내 기억 속, 교회언니들은 처음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던 여자후배들에게 오빠들보다 친절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내가 교회언니가 되고 나서 알았다.

처음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여학생들에게 오빠들과, 내 또래의  남자애들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친절했다. <문학의 밤> 연습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때, 여름수련회를 앞두고  밤늦게까지 준비모임을 할 때에도 오빠들은 같은 방향의 여자후배들을 늘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아버지가 시골교회에 계셨고 나와 동생들이 할머니와 서울에서 살 때는 나도 오빠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시골교회를 떠나 서울, 내가 다니고 있던  바로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을 때엔 오빠들의 친절했던 호위가 사라졌다. 나는 문 하나 열고 사택으로 들어가면 됐으니까.


편해서 좋기는 했는데 오빠들의 관심과 친절함이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도 들었다.

속으로 좋아했던 오빠가,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여자후배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면 섭섭하다 못해 슬며시 화까지 날 때도 있었다. 화라고 해봐야 오빠가 말을 걸어올 때 모른 척 피하거나  아무런 대꾸를 안 했던 게 전부였지만.


교회언니들이 친절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된 때가 또 있었다.

남편이 목회를 했던  어느 교회는 아주 큰 교회는 아니었다. 서로 집안 사정들도 잘 알았고, 같은 또래의 아이들도 키우고 있던 터라 편안한 관계를 맺으며 교회생활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 신앙생활을 하려고 스스로 교회를 찾아온 새 신자들을 낯설어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익숙한 관계 속에서 친밀하고 안정된 신앙생활을 하다가 새로 교회를 찾아온 낯선 사람과 새롭게 관계 맺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회공동체 안으로 들어온 새 신자 중에는 다행히 성격이 활달해서 교회에 무난히 적응하고 정착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불편한 시선과  낯섦을 못 견디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교회언니들과 내가, 처음 교회에 나왔던 여자애들에게  친절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들에게 쏠렸던 오빠들과 또래 남자애들의 ‘심하다 만큼 넘치던 관심과 친절함 때문이었다.


교회의 변화와, 오빠들의 넘치던 관심과 언니들의 친절함이 엄청 심하게 필요한 때다. 교회를 찾는 새 신자들의 숫자는 인구감소현상을 감안해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우리 교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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