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있던 목회여정의 첫 출발선에서 아쉬움과 홀가분한 마음이 섞여있는 마지막 도착지, 은퇴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큰 잘못 없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주님의 은총이고, 교회와 교우님들의 사랑과 너그러운 배려 덕분이었다.”
은퇴하시는 목회자와 사모님들의 한결같은 인사말의 첫 구절이었다. 나는 좀 다른 인사말을 드리고 싶어 이런저런 인사말을 떠올려보았다. 어떻게 바꿔보아도 내용은 신기하게 똑같았다
처음 목회를 시작했던 평택의 팽성교회와 교우분들께 특별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실수투성이였던 목회자와 사모에게 너그럽게 대해주셨던 그 은혜에.
목회지가 바뀔 때마다 전학을 다녔던 딸들에게 미안했다. 아버지의 목회지가 바뀔 때마다 겪은 그 낯설고 힘들었던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간의 이별만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그리고 함께 했던 추억까지 차츰차츰 사라져 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덕분에 딸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나처럼 황망히 끊기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성북 나눔의 집 실무자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나눔의 집에서 만나 함께 일했던, 눈부시게 빛나던 젊은 날의 선생님들 덕분에 남편은 나눔의 집 목회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35년의 목회생활 중에 1/3을 보냈던 그 시간들이 가장행복했다고 여기고, 사랑나눔터가 있었던 ㅇㅇ교회, 혼자 사시는 이웃의 어른들께 반찬 나눔을 했던ㅇㅇㅇ교회, 이주민 자녀들과 함께 하는 현재의 ㅇㅇㅇ교회까지……남편의 목회생활은 행복했던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