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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최고의 글쓰기선생님 1.

by 시골사모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손주, 초등학교에 “따악” 입학하는 순간부터 길고 긴 글쓰기의 터널로 들어서게 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그림일기 쓰기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중 고등학교에서 본격화될 논리적 글쓰기의 기초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내 기억력이 더욱 희미해지기 전에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친정엄마한테 딸들을 맡기고 아이들을 위한 책 읽기와 글쓰기 공부를 했던 경험을 써 보려고 한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때였다!

서울 신촌에 있었던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수업과정을 졸업했고, 합정동에 있었던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어린이 독서지도사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내친김에 이어 동화작가양성반 과정도 수료했다. 정말 배우고 싶었던 공부였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다녔다. 그해 연말에 두세 군데 신문사 신춘문예 동화부문응모작품으로 제목이 각각 다른 동화를 몇 편 응모했다. 그중 한 곳에 두 편까지 올라가는 최종심사에 덜컥 내 이름이 올랐다. 2018년 1월 1일 자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자 발표 기사였다. 심사평에는 “마지막 두 작품을 놓고 오래 망설였다.”라고 쓰여 있었다. 사실인지 차점자를 위로하기 위한 심사평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상을 탈 뻔했다. 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기사를 검색해 읽어보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곤 하는데 꿈으로 끝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그저 내 생애 한 부분에서 한 번쯤 운 좋게 반짝 빛났던 때였다고 여기며 욕심을 내려놓는다. 다만 아직은 내 기억력이 글 쓰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듯하고, 딸이 회심하여 늦둥이 손주를 낳거나 조카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내가 고모할머니가 되거나 대한민국 출산율에 애국심을 발휘한 내 친구들의 아들 딸들이 낳은 금쪽이 손주들의 글쓰기에 내가 힘을 보탤 수도 있을 거라는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이 글을 쓰려고 한다. 많이 자제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중간중간에 좀 과하다 싶을 내 제자들의 자랑이 팔랑대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덮어주십시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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