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들이 다섯 살, 두 살 때 평택의 시골교회에서 서울 정릉에 있던 나눔의 집 교회로 왔다. 교회는 산 꼭대기에 있었고 우리가 살던 집은 산 중턱쯤에 있었다. 문을 열고 계단을 몇 발자국 걸어 나가면 바로 코 앞이 하루 종일 마을버스가 오르내리던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 언덕길을 아무리 오르내리며 살펴봐도 자그마한 놀이터하나가 없었다. 잠시라도 밖에서 놀고 싶어 하는 딸들과 골목길에 나가면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마을버스 때문에 코를 막고 매연을 피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때 한 친구가 제 아이들이 다 읽은 동화책들을 보내주었다.
웅진주니어, 사계절, 베틀북, 소년한길, 산하……에서 봇물 터지듯 어린이 책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에 사회과학 서적과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출판사와 작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