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최되는 교향악 축제, 평소에 여간해선 들을 기회가 없는 전국 각지 지방 교향악단들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그와 동시에 평소에 자주 연주되지 않는 다양한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늘은 2025년 올해 교향악축제 중, 앞선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공연에 대해 기록한다.
올해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젊고 유능한 지휘자 홍석원과 함께 Gustav Mahler, Symphony No. 4 in G major (말러 교향곡 제4번)과 Béla Bartók, Piano Concerto No. 3 (바르톡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들려주었고, 피아노협주곡의 협연자로서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함께 하였다. 아마 나의 글들을 자주 읽어온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박재홍 피아니스트는 내가 응원하고 있는(그냥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하는 게 전부이지만) 연주자들 중 한 명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솔직히 말하면 부산시립교향악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여 협연자 이름과 연주 프로그램만 보고 덥석 예매한 공연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별생각 없이 참석한 공연에서 이렇게 좋은 연주를 듣게 되다니! 홍석원 지휘자가 말러 곡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과연 그는 우수한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이끌어 내고야 말았다.
1부에서 연주된 바르톡 피아노협주곡 3번의 경우, 역시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큰 체구에서 나오는 힘 있는 타건,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섬세한 해석과 표현이 어우러져서 이 곡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충분하게 드러났다. 죽음을 가까이에 둔 생애 말년의 시기에 작곡가가 자연과 삶에 대해 관조하며 풀어낸 한 편의 서정시와도 같은 이 곡을 아름답게 잘 풀어낸 그들의 연주에 세찬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간 교향악축제에서 자주 실망스러운 1부, 만회하는 2부를 경험해 왔기에 1부부터 좋은 연주를 들려준 이번 부산시립교향악단 공연은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들은 2부의 말러 교향곡 4번은, 그 때문인지 오히려 반전 효과로 더욱 깊은 인상을 새겨 주었고, 비록 마지막 악장의 성악 부분이 아쉽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다.
이번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교향악축제 공연은 그 자체로 호연이기도 했지만, 특히나 바르톡 또는 말러와 같이 국내 연주장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작곡가의 곡들을 다루었다는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장에 앞선 국립심포니의 교향악축제 공연 프로그램만 보아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 또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매우 사랑하지만 교향악축제에선 조금 더 실험적인 곡이 시도되어도 좋겠다는 바람이 있달까.
내년 교향악축제에는 또 어떠한 곡들이 연주될지 궁금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뜬금없게도 갑자기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이 무척 듣고 싶다. 하지만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오르간이 필요하므로 아마도 교향악축제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교향악축제는 매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