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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展

by Daria




광복절 하루를 나름대로 홀로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보내고자 서울시립미술관의 광복 80주년 특별전 ≪서시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를 방문했다. (고로 이 글은 방문 후 약 두 달쯤 지나 작성하는 것이다. 해당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진행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현 건물은 과거 일제강점기 '경성재판소'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식민 통치의 핵심 사법기관 역할을 했던 아픈 역사가 깃든 건물이다. 광복 및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 건물은 '대법원 청사'로 변경되어 대한민국 정부의 사법기관으로서 그 기능을 이어나갔으며, 1995년 서초동으로의 대법원 이전에 따라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재개관하여 현재까지 시민을 위한 예술 및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그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건물을 광복절에 방문하니 새삼스레 느낌이 달랐다.




전시장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서 언급하고 있듯, 이 전시는 과거 가나아트로부터 기증받은 서울시립미술관 가나아트컬렉션과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을 모아 광복절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한국 현대 민중미술 작품들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순차적으로 훑어 나가며 네 개의 파트로 구성한 이 전시는 감상자로 하여금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평화'와 '인류애'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 보도록 만들었다.

당장에 아래 이응노 작품 <인간군상>만 보아도 그렇다.


이응노 <인간군상> (1983)



손창섭 <조선총독부> (1984)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인 강순애 할머니를 그린 작품 <울음>은 할머니의 얼굴과 우리 산 바다를 겹쳐지도록 하여, 보는 나로 하여금 할머니의 깊고 복잡한 감정을 겹겹이 느끼도록 만들었다.


김인순 <울음> (1996)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의 철책선을 표현한 이 작품은 몹시 강렬한 색 사용과 거친 붓터치를 사용함으로써 전쟁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이 대번에 압도되듯 느껴졌다.


송창 <무명용사고지(상사리고개)> (1986)



철조망으로 표현된 휴전선을 잡고 있는, 흙 속에서 솟아난 노인의 거친 손과, 저 너머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신학철 <이 한 몸 죽어서라도> (1988)



자수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에선 원자폭탄에 의해 생성된 버섯구름의 이미지를 통하여 전쟁의 참혹함과 공포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함경아 <나가사끼, 히로시마 버섯구름> (2009-2010)



이반 <비무장지대를 민족공원으로 만들자> (1988) / 이용백 <엔젤 솔저_사진 01> (2004-2007)



전시장 조명을 받아 오로라와 같이 찬란한 금빛을 벽에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이세현 <붉은 산수 70> (2008) / 이응노 <반전평화> (1986)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남한의 피아니스트 엄은경,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곡 <시나브로>를 영상으로 담아낸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를 끝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지극히 솔직한 마음으로 곡이 아주 대단히 좋다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선율에 쓰인 모티프 등에 집중하여 감상해 보았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니 찬란한 여름 햇살과 맑고 파란 하늘이 마중을 나와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를 지키고자 애썼던 조상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한 마음을 느낌과 동시에, 전쟁 및 폭력의 무자비함에 새삼스레 몸서리치게 된다.




작품을 통해, 폭력에 상처 입은 세상의 모습을 보며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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