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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Apr 29. 2024

2024 교향악축제 (4.21) 부산시립교향악단

I. Stravinsky | Petrouchka



금년도 교향악축제의 만족스러웠던 첫 번째 공연 관람 후 두 번째 공연 관람은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무대였다. 사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기도 했고 애당초 매년 교향악축제의 공연 만족도에 대해서 엄청난 기대를 하지는 않기에 그저 내가 듣고 싶은 곡을 듣자는 목적으로 예매한 회차였다. 본래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목록에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가 있어 티켓 금액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이참에 부산시립교향악단 연주를 한번 들어보자 하는 심산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코리안챔버 오케스트라 회차와 이 부산시립교향악단 회차를 통해 금년 교향악축제는 예사롭지 않구나, 모두들 심기일전하여 나왔구나, 그리고 우리나라 지역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년 교향악축제 때마다 빠짐없이 꼭 한 번은 등장하는 서곡이 리스트의 마제파인데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만의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마제파를 매우 좋아하여 운동을 할 때도 꼭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만큼 자주 듣다 보니 쓸데없이 귀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그런데 금번 교향악축제에서 처음으로 마제파 연주를 듣고 만족감을 느꼈다. 마제파 오케스트라 버전의 쾌감을 잘 살려준 연주였다. 마제파를 듣고 난 후 오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슬쩍 고개를 쳐들었다.


이후 첼리스트 문태국 씨가 합류하여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연주하였는데,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문태국 씨 연주는 꽤 자주 찾아들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그새 내 취향 혹은 다른 어떤 무엇인가에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것인지 이 날 문태국 님의 첼로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갈등의 정서를 섬세하고 쫀득한 강약조절과 한층 더 깊어진 음색으로 훌륭하고 능수능란하게 잘 풀어냈다. 이 곡은 특히 더욱 협연자의 기량이 중요한 곡들 중 하나인데 정말 깜짝 선물처럼, 그런데 이제 그 선물이 고급 양품인, 멋진 연주로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키릴 카라비츠(Kirill Karabits) 지휘자가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도 좋았다.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다가 1부에서 한 방 먹은 나는 2부 페트루슈카를 은근히 기대하기 시작했다. 페트루슈카 역시 예상한 것보다 정말 훌륭한 연주였다. 때로 관악 파트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키릴 카라비츠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새로운 발견과도 같은 연주였다. 연주 내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더니 곡이 금세 끝나버려 아쉬울 지경이었다.

앙코르로 들려준 차이코프스키의 왈츠 선곡도 정말 정말 좋았다. 현재의 바람직하지 않은 전쟁 이슈와는 별개로, 러시아니즘으로 객석이 흠뻑 젖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금년의 교향악축제는 예사롭지 않다. 이다음 순서로 예매해 둔 회차의 경기필하모닉 연주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한껏 상승했다. 그리고 때마침 공교롭게도 그 연주를 지휘할 이승원 지휘자가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 우승했다는 기사(21일)가 보도되었다. 대한민국 클래식음악계의 상서로운 기운이 이 곳 예술의전당에 그득하구나.







Andris Nelsons가 지휘하는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Stravinsky | Petrouchka 연주 영상 유튜브 링크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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