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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Apr 20. 2024

2024 교향악축제 (4.6)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J. Brahms & R. Schumann | Piano Concerto



지난해 교향악축제가 마치 엊그제의 일 같은데 어느새 해가 바뀌어 또 다른 교향악축제가 시작되었다. 이번 축제 기간 중 평일에도 관심 가는 공연들이 여럿 있었는데 아무래도 주말밖에는 갈 수가 없는 처지이니 아쉽지만 일본 여행 주간을 제외하고는 매 주말마다 공연을 예매해 두었다. 이 날은 바로 그 첫 번째 공연 관람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펜데레츠키의 비올라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 8번이 코리안챔버 오케스트라, 지휘자 최수열, 피아니스트 정규빈,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에 의해 연주되었다.


1부 곡은 이전에 한 번 브런치에 글을 쓴 적이 있는 곡이기도 한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슈만의 곡들이 대체로 그렇기는 하지만 이 곡 또한 역시 감상자(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다)를 만족시키기가 은근히 까다로운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3악장은 누가 들어도 아름답고 흥미롭다 여길 만큼 워낙 인상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 웬만하면 대체로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는 것 같은데, 1악장과 2악장은 슈만 음악 특유의 감성을 맛깔나게 살려 연주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좋아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연주되는 때에는 마냥 설레고 기쁘기만 하기보다는 늘 약간의 긴장감과 걱정을 안고 듣게 된다.


슈만 피아노협주곡의 협연자로 함께 한 정규빈 피아니스트는 얼마 전부터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연주자인데, 작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으며 장래가 기대되는 실력 있고 유망한 젊은 연주자이다. 이어질 이야기에 앞서 우선 정규빈 피아니스트의 이 날 연주는 매우 좋았다. 피아노 잘 치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탁월하게 잘 치실 줄이야.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내가 슈만 피협에서 느끼고자 갈망하는 감정의 격랑이 내 마음의 바다에 일지 않아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연주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도 역시 해당되는 점이었는데, 연주는 정말이지 감히 흠잡을 데 없이 유려하였지만 내가 원하는 감성이 완전히 충족되지는 않아서 마치 잘 만들어진 플레인 요거트를 먹는 느낌과 흡사하였다. 물론 3악장에서 피아노도, 오케스트라도 모두 포텐을 터뜨려주었으나 전반적으로는 깔끔하고 유려하며 섬세하나 약간은 심심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슈만 곡에서 모차르트가 느껴지기도 했다.


협주곡이 끝난 후 정규빈 피아니스트의 독주 앙코르가 이어졌는데 확실히 독주에서 정규빈 님 연주의 매력이 훨씬 살아났다. 나는 이 피아니스트가 이토록 브람스와 잘 어울리는 사람인 줄 몰랐다. 그의 인터메조 연주를 듣는 동안 사랑에 빠져 그 아픔에 여린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의 손 끝에서 나오는 음악은 비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고, 그 비는 때로 잦아들었다가, 또 마구 쏟아지기도 했다가, 톡톡 가냘프게 떨어지기도 하다가, 어느새 빗방울이 웅덩이를 만들고, 나뭇잎에는 이슬이 맺히도록 하였다. 인상적인 연주였다. 다음에는 협연이 아닌 독주회로 연주를 듣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부 곡은 펜데레츠키의 비올라 콘체르토로,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가 협연자로 함께 했다. 전반적으로 이 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정말 깔끔하고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에 완벽한 비올라 연주까지 가세하여 머릿속에 을씨년스러운 미스터리 단편 영화 한 편이 뚝딱 흘러갔다. 이어진 베토벤의 교향곡 8번 연주도 매우 깔끔하고 섬세하였는데 이 때도 역시 모짜르트스러운 느낌이 묻어났다. 이들이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으면 정말 잘 어울렸겠다고 생각이 드는 음색이었는데, 공교하게도 앙코르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를 연주해 주었다. 앙코르라 그런지 본곡에 비해 약간 아쉬운 연주였는데 음색만큼은 모차르트의 곡과 아주 잘 어울렸다.


금년도 교향악 축제의 첫 공연이 아주 훌륭하여 즐거운 시간이었고, 이후 감상하게 될 다른 연주들 역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정규빈 피아니스트의 독주회에 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연주도 연주지만 어떤 레퍼토리를 선택하실지 궁금하다. 






정규빈 피아니스트의 2023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결선 당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지메르만(pf), 카라얀, 베를린 필하모닉의 슈만 피아노협주곡 연주 영상 링크도 첨부한다.♪


*예전에 썼던 슈만 피아노협주곡이 언급된 나의 잡문 https://brunch.co.kr/@myhugday/17 

매거진의 이전글 '성숙'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노부스콰르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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