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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May 11. 2024

매일, 매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폼페이 유물展



폼페이 유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는 발굴되기 시작한 이래로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어느 한 때 크게 번성하던 찬란한 도시 전체가 화산 폭발에 의해 한 순간에 잿더미 속으로 몽땅 사라져 버렸고, 나아가 그 도시는 잿더미 속에서 오랜 시간 숨죽인 채 지내다가 긴 세월이 흐른 후 후대에 의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이 극적인 서사가 어떻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서사를 품은 유물들은 화산재 더미 속에서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사람들 앞에 신화 속 존재처럼 턱 하니 등장하였으니 후대의 우리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당시 폼페이 사람들의 생활, 문화, 사고 등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유물들.


나는 이토록 매력적인 도시 폼페이를 어렴풋이나마 구경해 보고자 신나는 마음으로 전시를 예매했다. 사실 폼페이 유물전은 다녀온 지 제법 오래됐다. 나는 이 전시가 막 개시되었을 쯤에 방문하였고, 며칠 전엔 이 전시가 막을 내렸으니 다녀온 지 정말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전시 작품의 수가 (생각보다) 방대하다고 보기엔 어렵고, 폼페이 서사가 뇌리에 전해주는 강한 인상 때문이리라 짐작해 본다.



전시 작품의 수가 방대하지 않다고 언급하였는데, 절대적인 작품 수가 적지는 않았으나 그 규모를 다수의 진품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미테이션들도 함께 채우고 있어 조금은 헛헛한 느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 다만, 이미테이션이라고 해서 결코 조악하다거나 허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 마모되고 변형된 세월의 흔적을 함께 느껴볼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파손된 흔적들.


참고로 나는 폼페이 유물전을 다녀오고 얼마 후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그리스로마전도 다녀왔는데, 두 전시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의 생활양식, 사고방식 등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유사한 결을 지니고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리스로마전이 여러모로 조금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폼페이 유물’에 초점을 맞추어 방문한 감상자들에게는 ‘폼페이 유물’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전시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지니겠지만 말이다.



이번 폼페이 유물전을 관람하며 “생(生)” 그 자체에 대한 귀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눈부실 만큼 찬란한 부와 권세 따위의 것들도 어느 한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더 안락한 삶을 살기 위해서 때론 희생도 감수하며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가야 하는 것에는 나 역시 매우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하루하루를 귀중히 여기며 가치 있는 나날을 아로새겨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품들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사진 촬영 가능하다고 안내되어있는 작품만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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