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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pr 03. 2024

섬김을 받지 않는 수장

<반전, 길을 찾다> 책 이야기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삶이라는 짧고 긴 희로애락의 길을 걷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며 자갈 길이 있는가 하면 꽃 길도 있다. 우기의 잿빛 하늘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온통 컴컴한 것 같다가도 먹구름이 지나간 세상보다 맑고 쾌청한 날은 없으리라. 인생이란 그렇다. 슬픔 뒤에 기쁨이 있고, 아픔 뒤에 즐거움이 찾아온다. 삶에 찾아오는 무수한 현상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곧 내 인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부친에게서 이유 없는 비난과 끊임없는 내침을 당했다. 독자들은 대개 이것을 슬픈 가정사라고 여기는 반면, 나는 학문적 조예가 깊고 부유한 부친을 가진 저자는 못해도 은수저를 갖고 태어났다고 여겼다. 대학도 나오기 어려웠던 그 옛날 시절에 박사 학위와 일본 유학을 다녀왔으니 말이다. 수저 색깔을 막론하고 저자는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았다. 한 번도 부친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는 극진하게 부모를 모시고 공경했다. 대개 부모의 양육 태도가 대물림되는 반면, 저자는 자신이 느꼈던 상처를 자녀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식에게 사랑 한 번 주지 않은 부친을 공경한 저자도 대단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보다 더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그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 아내는 노쇠한 시아버님의 대변을 받고 삼시 세끼 따뜻한 집밥을 해드렸다. 무엇보다 아내는 시아버님을 아주 존경했다. 친부여도 하기 힘든 일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으며 모두가 요양 병원에 모시자고 했을 때 손사래 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존경과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일화만 봐도 저자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대중들은 자신이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그곳에 올라가려 애쓴다. 저자는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서 항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약자를 군림하는 강자가 만연한 사회에서 참된 리더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밥그릇을 채우기보다 나누려고 애를 쓰고, 어려운 일에는 항상 발 벗고 나서서 행동했다. 세상의 군주들이 저자의 절반만 같아도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라. 리더의 교과서 같은 인물이 실존하고 있었다. 일면식 한 번 없는 그에게 존경심과 따뜻한 영향력이 스미는 일독의 시간이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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