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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pr 08. 2024

편집과 표절의 새로운 이름, 창조

<브리꼴레르> 독후감상문

지식 생태학자, 자칭 지식 산부인과 유영만 교수의 저서다. 유영만 교수는 이미 출간한 작품이 30여 권이 넘어섰다. 지난해 일독한 <끈기보다 끊기>에서도 느꼈지만 그의 작품에는 유독 언어유희가 그득하다. 상상력을 뛰어넘는 글이 한데 모여 활자가 마치 살아 숨 쉬는 기분이다. 현대판 정약용이나 한국의 닥터 수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지성으로 언어에 마법을 부린 것 같다. 때론 술술 읽히는 구절 하나 없이 곱씹어야 하는 작품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감탄하며 반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단 사회라는 구조 자체가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똑같은 인재를 만들어낸다. 모범생은 사회가 규정한 인재와 같다. 똑같은 길을 걸어가면 창조란 일어날 수 없다. 남들과 다른 길에서 특별한 경험과 색다른 생각을 해야 남들과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특별한 비즈니스를 꿈꾸는 자들이 읽으면 좋을 도서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대단한 재주꾼이다. 보잘것없는 판자 조각, 돌멩이나 못쓰게 된 톱이나 망치를 우리는 쓰레기로 여기는 반면, 그들의 손에 쥐여 주면 집 한 채는 거뜬하게 지어낸다. '브리꼴레르'란 규정되지 않은 것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하물며 쓸모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브리꼴레르를 겸비한 자와 만나면 위대한 창조물이 탄생한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안전이 보장된 길을 걷도록 안내한다.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범적으로 지내는 아이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모른다. 틀 밖에서 놀아야 넓은 시야와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되지만 부모들은 그것을 무모한 짓이라고 간주한다.


 진중한 삶의 태도와 성공을 위해선 한 우물을 깊게 파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격언에는 역설이 숨어있다. 땅을 파서 물길을 만나려면 여기저기 땅을 파봐야 한다. 물을 찾기 위한 시도는 재능을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한 피카소처럼 이 세상에 창조는 없다. 만물은 저서 <믹스>처럼 있는 것들을 섞고 더해서 나온 창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음색은 폭풍과 파도 소리를 모방하고, 화가가 들고 있는 붓은 자연의 모든 것을 표절한다. 음악가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음표를 그리고, 작곡가는 시와 미술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창조란 모방이며 표절이다. 창조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경계를 넘나들며 새롭게 더하고 섞는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메뉴, 짬짜면과 팝송과 오페라를 섞어 만든 팝페라 또한 창조물이며 상극이나 모순되는 개념까지 조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지식 편집을 브리꼴레르는 지향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대학 시절 매일 300개의 낱말 카드에서 세 개를 무작위로 뽑아서 섞었다. 그러면 기존의 낱말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왔고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섞어서 1년에 250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뽑아냈다.


 많은 것을 편집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많아야 한다. 재료는 다독, 다상량, 다작에서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독이. 방대한 독서량에는 다상량과 다작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 권을 읽은 사람은 두 권을 읽은 사람의 지도를 받게 되어 있다고 오래전 링컨은 말하지 않았는가.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을 읽을 수 없다.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져라. 새로운 질문만이 새로운 답을 얻을 수 있다. 어제와 다른 답은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내일은 새로운 물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리스어 아리스토스에 어원이 있는 '아레테'는 지성의 최고 경지에 이르는 단어다. 브리꼴레르가 도달하고 싶은 꿈의 경지는 결국 아레테와 같다. 브리꼴레르는 쉽게 활자로 나열할 수 있는 지식을 넘어서는 직접 경험을 통해 실천하는 지혜다. 무엇보다 자신의 재주로 뽐내는 오만함을 경계하며 선을 목표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탁월함에 덕을 더한 아레테, 오늘날 새로운 인재상은 '브리꼴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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