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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pr 17. 2024

일상에 수학 한 스푼

<관계의 수학> 독후감상문

화려하면서 따뜻한 색감을 품고 있는 표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산문집이라서 쉽게 집었다가 '수학'이라는 단어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도서다. '나는 편하게 줄글 형식의 에세이가 읽고 싶었는데, 복잡한 방정식이 나열된 수학 전문 도서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갈등은 책장을 넘기자마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수학 선생님으로서 살았던 저자의 삶에 그저 수학이 한 스푼 스며들었던 것뿐이다. 


 이외에도 출판사 궁리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거듭제곱되는 '궁리의 수학 책' 시리즈를 출간했다. <관계의 수학>은 수학 책이지만 수보다는 먼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해서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이것을 우리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관점에서 '1+1=1'이라고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부의 날이 가정의 달,  21일로 지정한 것도 둘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고 의미한다던데, 수학의 방정식이 인간관계에서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살아가면서 타자와 접촉은 피할 수 없다. 세상 인류가 다양하듯 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프의 긴 곡선은 우리의 인생이다. 다양한 곡선들이 서로 교차해도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래야 한다. 타자에게 나처럼 살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간섭할 자격도 우리에겐 없다. 


 교차한 많은 점들 중 사랑을 발견한다. 사랑은 마치 완전한 도형, 원과 닮았다. 원의 중심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관계의 사랑도 그래야 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인생은 선택과 비움의 연속이다.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하고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 싶다면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을 벗어야만 하는 것처럼. 눈앞의 맛있는 음식 또한 나의 위장이 비어있을 때나 먹을 수 있는 법이다. 채우기만 하는 삶은 언젠간 바람이 가득 찬 풍선처럼 펑 터져버릴지 모른다. 제아무리 넓은 집이어도 물건을 사서 채우기만 한다면 그 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물건이 사는 집으로 주객이 전도되리라. 채우기만 급급했던 삶에서 비우는 덕목을 새삼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한 편으로 쓸쓸하지만 농익은 경이로움의 일상이다. 젊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일상의 발견, 평범한 것에 대한 사색. 나라는 미지수를 규정하지 않고 배우고 조금씩 알아간다. 





울고 보채도 내 것이 아닌 것은 결국 나의 곁에서 머무를 수도 내 것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내 발에서 끝내 벗겨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구두를 스스로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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